‘채널 임대료’는 매출의 73% 육박
유료방송 사업자와 수수료 갈등도
업계, 30년 된 방송법 압박감 호소
정부, 상생안 등 개선 논의 본격화
TV홈쇼핑 업계가 곳간을 텅 비게 하는 송출수수료 구조에 신음하고 있다. 매출 실적은 바닥인데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채널 사용 명목으로 지급하는 송출수수료가 매출액의 73%에 달하면서다. 예컨대 1만원을 벌면 7300원이 ‘채널 임대료’로 나가는 셈이다. 홈쇼핑 업체는 나머지 수입으로 온갖 사업비용을 충당해야 하니 상품을 많이 팔아도 수익이 별로이거나 손해를 보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방송 사업자가 아니라 사실상 유료방송 플랫폼의 임차인으로 전락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25일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 사업자(CJ·GS·현대·롯데·NS·홈앤·공영)의 방송매출은 2조6180억원으로 2012년(3조286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건넨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2년 28.6%(8670억원)에서 지난해 73.2%(1조9153억원)로 껑충 뛰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케이블TV방송(SO),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위성방송 업체에 채널 배정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인데 가파르게 올랐다.
이와 관련, TV홈쇼핑 업계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에 타격을 받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심화한 것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면서 광고 수익과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매출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확 높였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 배정 권한을 가진 만큼 수수료 협상 시 우위를 점해 홈쇼핑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처지라고 한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홈쇼핑 채널을 다른 사업자로 대체할 수 있지만 홈쇼핑 업체는 주요 채널에서 밀려날 경우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협상력 격차가 송출수수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갈등은 초유의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CJ온스타일은 2024년 일부 케이블TV 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이 결렬되자 딜라이브·CCS충북방송·아름방송에 21일 동안 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TV홈쇼핑 업계는 송출수수료 부담뿐 아니라 30년 가까이 된 까다로운 방송 규제도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TV홈쇼핑은 방송법에 따라 재승인 심사와 방송심의, 중소기업 편성 의무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 특히 7년마다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과 수수료 정책, 소비자 보호 실적 등 다양한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 관계로 경영상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반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작은 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막대한 송출수수료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성장도 투자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모바일 기반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방송판매)로 활로를 찾아보려 해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정부는 송출수수료 문제 등을 민간 사업자 간 협상 영역으로 보고 직접 개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갈등이 반복되고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들어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홈쇼핑사와 IPTV·케이블TV 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등 홈쇼핑 업계 상생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이런 내용이 담긴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TV홈쇼핑의 중소기업 상품 의무 편성 비율을 줄이는 등 홈쇼핑 업계가 요구해온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됐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등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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