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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그림을 통한 명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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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붉은 보라색 점, 그 주위를 둘러싼 붉은 보라색 작은 원 그리고 모두를 감싸안은 겨자색 큰 원이 모여 한 장의 추상화가 됐다. 그림에 집중해 보자. 중앙의 점이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고, 작은 원이 두드러져 보일 때가 있으며, 겨자색 큰 원이 두드러져 보일 때도 있다. 그때마다 마음의 상태 변화가 미묘하게 느껴진다. 마음의 움직임과 그림이 관계를 맺는다.

이번에는 중앙의 점에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집중해 보자. 오늘 겪은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내가 지금 집착하는 모든 것도 떨쳐 버리고,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구나 희망도 잠시 접어 둔 채 중앙의 점으로만 마음이 향하게 하자. 잠시나마 마음이 평온해지고 무언가에 의해 치유받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케네스 놀런드 ‘탄생’(1961)
케네스 놀런드 ‘탄생’(1961)

미국의 색면추상화가 케네스 놀런드의 작품이다. 과녁처럼 보이지만, 놀런드가 선불교에 영향을 받아서 그린 마음의 관조를 돕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선불교는 이론적인 경전 공부보다 참선과 명상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 종파이다. 당시 미국에 선불교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명상과 참선에 관심을 가졌고, 놀런드가 색 면 추상화에 그 정신을 담았다.

놀런드는 미국 미술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미술 토양을 만든 블랙마운틴 칼리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여기서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과 바우하우스의 조형 이론과 색채를 공부했다. 그 후 미국적 추상화인 후기 색채 추상 전시회에 참가하며 색면회화가 1960년대 미국 현대 미술의 중요한 운동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그의 색면회화에는 선불교의 영향인 명상과 정신적 관조의 방법이 반영되었다. 감정의 격렬한 표출을 제한하고 마음을 비우고 정돈하는 명상적 태도를 취하면서 작품 창작에 몰입했고, 감상자들도 명상적 태도로 작품을 대하며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길 기대했다.

그래서 마음의 변화와 집중, 명상과 관조의 순간, 주관적 감정의 배제 등이 놀런드 그림의 기하학적 점과 원과 색채의 순수한 관계로 승화됐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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