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도쿄고등재판소의 해산명령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판결 소식을 접한 순간 우려를 감출 수 없었다. 다수의 정서가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보다 우선할 때, 민주주의는 위험한 시험대에 오른다. 법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모든 판결이 곧 역사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법부의 결정은 당대의 법률을 반영할 뿐, 역사는 그 결정이 자유를 확장했는지 아니면 편견에 굴복했는지를 냉정하게 되묻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일본 법원은 교단의 장기간에 걸친 헌금 관련 민사상 위법 행위를 해산명령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과 종교법인 해산이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 사이에 과연 충분한 비례성이 있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더욱이 이번 결정은 교단 간부의 중대한 형사범죄가 아니라 민사상 위법행위를 근거로 한 일본 헌정사상 최초의 종교법인 해산 사례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남긴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사건이었다. 범인은 어머니의 거액 헌금으로 가정이 파탄 났다며 개인적 원한을 범행 동기로 밝혔다. 물론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경청해야 하며, 위법 행위가 있다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개인의 범죄와 종교단체 전체의 존립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아베 전 총리를 시해한 것은 범인 개인이지 교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의 자극적인 특집 보도와 정치권의 선 긋기, 여론의 급격한 악화가 맞물리며 오늘의 해산명령 국면을 초래했다. 개인의 범죄가 종교단체 전체의 책임으로 확장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대중의 분노가 법률을 압도할 때다. 흔히 일본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선진 민주국가로 생각하지만,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정서가 흐른다. 외부에서 유입된 종교나 이질적인 신앙에 대한 일본 사회의 경계심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되었다. 이미 16세기 말부터 수많은 가톨릭 신자가 처형됐고, 잠복 기독교인들은 수백 년 동안 신앙을 숨긴 채 숨죽여 살아야 했다. 일제강점기 재일 조선인들이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켜온 신앙이나 민족종교 역시 일본 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했다. 더 나아가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국가신도 체제를 구축해 천황 중심의 종교 질서를 온 국민에게 강요하며, 종교와 국가 권력이 결탁한 강력한 동질성 문화를 형성했다. 이번 통일교를 향한 적대감 역시 이러한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는 종교적 거부감에 더해 한국에서 시작된 종교라는 이중의 낙인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내 가정연합 신자들이 사회에 공헌해 온 엄연한 역사적 사실도 존재한다. 1970년대 일본 사회가 이념 갈등과 공산주의 확산 논쟁 속에 있던 시기, 일부 신자들은 목숨을 걸고 ‘승공’ 운동에 참여하며 당시의 사회운동 지형 속에서 하나의 시민적 대응 세력으로 기능했다. 또한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냉각되어 있던 시기, 일본 신자들이 대거 국제합동결혼에 동참해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민간 차원의 한일 교류와 화해의 접점을 넓히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종종 언급된다. 적어도 하나의 종교단체를 역사적 공과(功過)를 분리하지 않고 단일 이미지로 환원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국무부는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를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deviation from the norm)”라고 명시했다. 형사범죄가 아닌 민사상 위법 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을 추진한 첫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 사안을 국내 문제를 넘어 보편적 종교 자유의 관점에서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는 다수가 지지하는 종교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비난의 중심에 선 종교일수록 더 엄격한 원칙 속에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대중의 호감을 얻는 종교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특권’에 불과하다. 판결로써 법인은 해산될지언정 신앙마저 사라지지는 않는다. 로마제국의 박해 속에서도 초기 기독교는 살아남았고, 소련과 중국의 탄압 속에서도 믿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법인은 국가가 없앨 수 있지만, 인간 내면의 믿음은 결코 해산할 수 없다.
일본 가정연합은 행정적으로 큰 시련을 겪겠지만, 신앙공동체의 본질까지 소멸하진 않을 것이다. 당대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던 판결이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뒤바뀐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이번 결정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엄중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해산된 것이 과연 하나의 종교법인뿐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종교 자유의 일부까지였는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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