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폐·안구 4명에 기증…인체조직도 함께 나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첫 손주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송기섭(67) 씨가 지난 3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한 뒤 별세했다고 25일 밝혔다.
송씨는 지난달 25일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검사 결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의 치료와 수술에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송씨는 간과 폐, 양측 안구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뼈와 피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한 사람의 조직기증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환자 100여 명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윤안순 씨는 “생전 남편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평소에도 남을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었다”며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4남매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자랐으며, 직장 생활을 거쳐 약 20년 동안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흔이 넘은 노모의 병간호를 도맡는 등 장남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가족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가장이었다. 무더운 여름이면 아내에게 선풍기부터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었고, 자녀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였다. 아들 인규 씨는 “아버지는 표현은 많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주변 어른들에게 항상 허리를 숙여 인사하던 분이었다”며 “그런 모습을 보며 늘 존경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송씨는 올해 가을 태어날 첫 손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딸의 출산과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는 손주가 태어나면 사진을 늘 지니고 다니겠다고 말할 정도로 기대가 컸다.
아내 윤씨는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 세상에 없지만 누군가는 당신의 일부를 품고 살아갈 테니 그 사실을 위안 삼아 살아가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들 인규 씨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귀한 사랑을 베풀고 떠난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행복했다”며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아버지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살아온 고인의 삶이 마지막 순간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송기섭 님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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