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北 MDL에 80∼90m 붙여
철책 세워 완충지대 위반” 지적
유엔사 “도로보수·지뢰매설 등
설정된 100m 이내서 이루어져
중화기·드론 반입 증거도 없어”
여당의 DMZ 출입권 법제화에
유엔사 강한 반대 밝힌 바 있어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벌이는 군사적 활동들에 대해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 당국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유엔사가 이례적으로 팩트시트(설명자료)를 통해 반박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군 당국과 유엔사가 DMZ와 군사분계선(MDL) 관련 이슈를 놓고 의견이 달랐던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공개적으로 시각차를 드러내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엔사 판단 근거는
유엔사는 24일 홈페이지에 ‘유엔사 설명자료 : 비무장지대(DMZ) 정전협정 이행 및 최근 북한의 활동’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유엔사는 “울타리 설치 및 도로 보수를 포함해 최근 북한의 건설 활동은 MDL 이북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중화기 반입을 수반하지 않는 한 1953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철책 설치 및 도로 보수에 대해선 “MDL 이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허용된다. 울타리는 방어 및 분리 목적을 위한 시설”이라며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뢰 매설도 “북측 지역에 방어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북한군의 건설 활동이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MDL을 기준으로 최대 100m 거리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MDL 침범 증거는 없고 모니터링 결과 북한이 중화기와 드론을 DMZ에 반입한 증거도 없다고 했다.
유엔사는 한국이 “남측 DMZ에서 도로, 울타리 및 수목 정리와 관련된 36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며 “유엔사는 남북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최근 작전 과정에서 북한군은 오판을 막기 위해 기존에 확립된 유엔사와의 연락 메커니즘을 활용해 왔다”며, 북한이 2024년 10월 교통 통로(남측과의 연결 도로·철도) 차단을, 지난해 여름에는 울타리 건설 및 도로 보수를 한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른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유엔사가 DMZ 이슈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경우는 한국군과 이견이 있을 때다. 2014년 DMZ에서 한국군이 MDL에 접근하는 북한군에 경고사격을 잇달아 실시하자, 당시 유엔사는 ‘전략 다이제스트’(Strategic Digest)라는 간행물에서 “2014년 한국군이 DMZ와 군사분계선에 접근하는 북한군을 향해 11차례 대응 사격했다”며 “적의 의도와 조치를 정확히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유엔사와 주한미군은 한국 국방부가 국회에도 보고하지 않았던 민감한 데이터와 비판적 평가를 일반인 대상의 공개자료에 언급, DMZ에 대한 한국군과의 시각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북한의 MDL 요새화 작업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의 작업은 2024년 윤석열정부 시절 시작됐다. 이때 군 당국은 북한군 동향을 공개하면서도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와서 북한이 MDL에 80∼90m 바짝 붙여 철책을 세우는 행위를 두고 DMZ를 완충지대로 설정한다는 정전협정 조항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유엔사가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이다.
이를 두고 DMZ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여당이 비군사·평화적 목적에 한해 DMZ 출입권을 한국 정부가 행사한다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통일부가 입법 지원에 나서자, 유엔사는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군의 위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내세우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DMZ에서 활발하게 군사적 활동을 하면, 남북 완충지대였던 DMZ의 실효성과 우리 측의 DMZ 내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군 당국으로선 북한의 요새화 작업을 위협적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DMZ 관리와 한반도 정전체제 유지를 맡는 유엔사로선 북한의 MDL 북쪽 국경선화 작업이 방어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군 당국과 유엔사 간 견해차를 조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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