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주민 711명이 지켜낸 옹동우체국 ‘폐국에서 출장소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정읍=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우체국이 떠난다는 날, 전북 정읍시 옹동면의 아침은 늘 비슷했다.

 

아침밥을 먹은 어르신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서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마을회관도, 면사무소도 아닌 우체국이었다. 연금을 찾고, 공과금을 내고, 서울에 사는 손주에게 옥수수 한 상자를 부치고, 직원에게 휴대전화 문자 한 통 보내는 법을 물어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우체국을 ‘기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우체국 다녀온다”는 말 속에는 안부를 묻고, 사람을 만나고, 세상과 연결되는 하루의 일이 담겨 있었다.

 

그런 우체국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지난 3월 옹동면에 전해졌다. 마을 주민 수 감소로 옹동우체국 이용객 또한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서나 반복되는 현상으로, 숫자로만 보면 작은 우체국 하나를 없애는 일이었지만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심장이 멈추는 일처럼 느껴졌다. 특히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노인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돈보다 거리였다. 은행도 멀고, 우체국도 멀어지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누군가는 이장에게 부탁해야 하고, 누군가는 이웃 차를 얻어 타야 한다.

 

“우체국까지 없어지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움직였다. 옹동면 주민 711명이 한 사람씩 이름을 적었다. 도장을 찍고 서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로 향한 탄원서에는 단순히 우체국을 지켜달라는 요구만 담긴 것이 아니었다. 도시에서는 없어져도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시설이지만, 시골에서는 단 하나의 우체국이 곧 은행이고, 주민 서로를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사랑방이며,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였기 때문이다.

 

23일 전북 정읍시 옹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집단 고충 민원 현장 조정 회의 뒤 전북우정청장, 정읍시장 등이 폐국 예정이었던 옹동우체국을 출장소로 존치하는 내용의 조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읍시 제공
23일 전북 정읍시 옹동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집단 고충 민원 현장 조정 회의 뒤 전북우정청장, 정읍시장 등이 폐국 예정이었던 옹동우체국을 출장소로 존치하는 내용의 조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읍시 제공

정읍시도 움직였다. 전북우정청을 찾아 농촌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주민 불편을 줄일 대안을 함께 찾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이어진 협의 끝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현장에서 ‘집단 고충 민원 현장 조정 회의’를 열고 전북우정청, 정읍시와 절충안에 합의했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체국의 명맥을 잇되 ‘출장소’로 변경하는 감축 운영안을 도출해 낸 것이다.

 

옹동우체국 출장소는 150여m 떨어진 옹동면 행정복지센터 용지에 새터를 잡고 다음 달 6일 업무를 재개한다. 규모는 작아지지만, 마을 사람들이 지켜낸 우체국은 앞으로도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줄 것이다.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블랙 미니드레스 자태 공개…시크한 비주얼
  • 권은비, 블랙 미니드레스 자태 공개…시크한 비주얼
  • 고윤정, 역시 모태 미인…비즈 드레스 입고 여신 미모
  • ‘구구단’ 출신 소이, 8월 결혼 발표…“끊임없이 웃고 있는 제 모습 발견”
  • 송혜교, 우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