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전쟁 같아 잊기 쉽지만, 월드컵은 결국 축제다. 그리고 2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노르웨이 대표팀과 팬들이 이를 유쾌한 세리머니로 증명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23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세네갈과 조별리그 I조 2차전에서 3-2로 승리하고 32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다른 조기진출 팀들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었다.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26∙맨체스터 시티)이 멀티골을 터뜨리는 등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엔트리 전체로는 세네갈의 힘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
신승이어도 28년 만에 누리는 조별리그 통과다. 노르웨이 선수단과 팬들은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했다. 경기가 끝나자 노르웨이 선수단은 자국 응원단이 모인 곳 앞으로 이동해 팬들과 함께 단체로 노 젓는 모습을 흉내 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노르웨이가 바이킹족의 후예임을 나타내는 세리머니였다.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28∙아스날)가 선장이 돼 나섰다. 외데고르가 북을 쳤고, 홀란드를 중심으로 대형을 그린 노르웨이 선수들이 구호에 맞춰 노를 저었다. 관중석에서 승리를 공유한 팬들도 외데고르의 북 소리에 한몸이 됐다. 팬들은 함께 ‘루르’라고 합창하며 선수들과 같이 노를 저었다. ‘루르’는 노르웨이어로 노를 젓는다는 뜻이다.
노르웨이의 노 젓기 세리머니는 이미 ‘국가적’ 현상이다. 팬들은 축구장 밖에서도 노 젓는 단체 응원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 단체로 크루즈를 탄 자리에서 노를 젓는 시늉을 하고, 경기장으로 향하던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노를 저으며 올라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18일엔 노르웨이 의회가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2회 두드리는 것을 신호로 여야가 함께 노를 젓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랜 목마름 끝에 돌아온 월드컵이라 팬들의 기쁨도, 세리머니의 경쾌함도 더 커진 것일지도 모른다. 노르웨이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야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유럽 예선을 뚫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잇는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홀란을 보유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홀란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차례나 득점왕을 수상했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동세대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을 겪는 동안 본선을 밟아보지도 못하다 이번 대회 드디어 데뷔를 이뤘다.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노르웨이가 어디까지 올라갈 지도 관심사다. 팀 전체 완성도는 주요 강호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결국 어떤 상황에서든 골망을 저격할 수 있는 ‘비수’ 홀란은 어떤 경기에서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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