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수사를 받던 한 기업가의 전과 사실을 보도해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된 KBS 기자들이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이 헌법재판소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헌재는 23일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KBS 기자 A씨와 B씨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9번째 사건이다.
A씨 등은 2023년 6월 8∼17일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사기죄 수사를 받던 한주희 한앤브라더스 회장의 과거 사기죄 전과, 고위공직자와의 친분 과시 행태 등을 세 차례에 걸쳐 TV 뉴스 방송과 인터넷 기사로 익명 보도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해당 내용을 다큐멘터리 방송 형태로도 보도했다.
한 회장 측은 KBS 보도가 허위 사실 적시 및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기자들을 형사고소하지는 않았다.
A씨는 1심에서 원고 청구액 12억원 가운데 500만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고 2심에서 1000만원으로 늘었다. B씨는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선 A씨와 마찬가지로 1000만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2심은 총 4가지의 보도 사실 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 회장의 과거 전과 사실을 익명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나머지 3가지에 대해선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양쪽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4월30일 두 사건 모두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A씨 등은 2일 대법원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재판소원을 냈다.
A씨 등은 다큐멘터리에서 전과 사실을 익명 공개한 보도는 공직사회 신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룬 공적 사안에 관한 것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이 한 회장의 인격권을 우선시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공론장에서의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언론·출판의 자유 전반을 위협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공공의 이익’의 의미와 범위, 다큐멘터리에서 전과 사실의 익명 공개와 관련된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 간 비교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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