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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무력, 세계 압도 목표”… ‘적대적 두 국가’도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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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채원·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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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당 전원회의서 강조

휴전선 요새화 공사 완료 이어
해군함대 신규 기지 건설 공언
남북관계 경색기조 이을 가능성

측근 조용원, 조직비서로 복귀
군내부 비위 문책 등 기강 확립
군장악·체제 안정화 노림수 속
대미협상력 최대치 끌어올리기

북한 MDL 일대 장애물 설치에
합참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 핵무력 강화를 강조했다. 남한을 상대로 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재확인하며 휴전선 요새화 공사의 완료, 해군 기지 신규 건설 등을 공언한 것도 주목된다. 내부적으로는 최측근인 조용원을 당 핵심요직인 조직비서에 재기용하고 군 내부 비위를 문책하는 등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당·군 장악력을 강화해 대미 협상력과 체제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핵보유국 대외 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3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핵보유국 대외 천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3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의 사회로 노동당 중앙위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0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전원회의는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당 내외 주요 문제들을 논의·의결하는 기구다. 보도에 따르면 전원회의는 크게 내치(경제·지방 발전·조직)와 외치(국방·대외 정책)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외치 분야에서는 핵무력 고도화와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지속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 두드러진다. 통신은 “전원회의는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국제 군사정치형세에 주동적으로,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길이라는 데 대해 일치하게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이 “위력한 국방자산들을 더욱 늘려나가기 위한 사업을 계속 멈춤 없이, 철두철미 우리 식으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해 강력히 실행해나갈 데 대한 과업들을 제시했다”며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 우리 당의 대적투쟁원칙을 철저히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국가’ 기조는 육상 접경지역과 해상 전력 분야에서 동시에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추진 중에 있는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를 질적으로 완결하고 해군 함대들에 새로운 기지 건설 등 국가방위력 강화에 필수적인 군사기지 건설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남부국경 요새화는 남북 간 물리적 단절을 제도화하는 조치로, 해군 함대 신규 기지 건설과 1만t급 전략유도탄순양함 건조 계획은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해상 전략전력 구축과 해군력 현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신냉전 구도 속 진영 대립 격화와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 움직임을 핵·해군력 증강의 명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보다 위험한 것은 미·한이 핵, 재래식통합태세 등 핵요소를 동반하여 우리 공화국을 공격하기 위한 핵전쟁기구인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NCG)의 군사적모의판을 또다시 벌려놓은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다.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국 정부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 등으로 돌리는 모습”이라며 “핵잠의 실제 전력화 시점과 별개로, 북한은 ‘한국이 핵 무장력을 키우려 한다’는 명분 자체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북한이 당 차원에서 남부국경 요새화 사업 완결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남북관계 경색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군이 최근 문제 삼은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애물 설치와도 맞물린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를 정전협정상 완충지대를 무력화하는 위반행위로, 상당히 문제적으로 인식한다”며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령부의 책임을 존중하는 가운데 유엔사·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는 노동당 핵심 조직 개편이 주목된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 비서·조직지도부장을 맡아온 김재룡이 직무에서 일괄 해임됐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인 조용원이 당 중앙위 비서로 선출됐다. 당 비서는 조직·국제·경제 등 분야별 업무를 담당하는데 조직비서는 통상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한다.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 이후 약 3개월 만에 조직비서를 교체한 것으로, 북한 권력구조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사로 꼽힌다.

 

통신은 김재룡의 해임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인 박희철 소장을 부정부패 혐의로 법기관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조직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은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직비서는 당과 군, 간부 사회 전반에 대한 감독·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직책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2인자’로 꼽히는 조용원을 조직비서로 다시 기용한 것은 내부 기강을 다잡고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용원은 조직비서를 맡았던 2021년 전원회의에서 김두일 경제비서 등 경제 분야 간부들을 공개 질책하며 강도 높은 기강 확립을 주문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위원장을 단기간에 당 실무로 되돌리는 이례성은 이번 인사가 사전 설계된 정상 절차라기보다는 상황적인 결정이었음을 드러낸다”며 “군에 대한 당적 통제 기구의 조직부국장을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해 법기관에 넘긴 사실을 굳이 공개 보도한 것은 군 전체에 대한 경각심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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