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고 수준 핵사찰 동의”
이란 “향후 협상 따라 결정될 것”
해제자금 사용처 놓고도 입장차
이란 “美 농산물 구매 의무 없다”
안전항로도 서로 달라 선박들 혼란
이란, 오만과 통항 요금부과 검토
첫 실무협상 후 미국은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복귀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이란은 60일간의 원유 판매 허용과 자산 동결 해제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안별로 양측 해석이 엇갈리고 핵심 쟁점에 대한 간극도 여전해 최종 합의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최고 수준의 핵사찰에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동의했다”며 “그들(이란)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추가 협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이란이 핵 사찰을 수용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미국의 협상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이 스위스에서 “이란이 IAEA 사찰단의 이란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둘러싼 내부 비판 속에서 이번 후속 협상을 핵 문제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로 설명하는 모양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의 IAEA 사찰단 재입국 수용의 대가로 제재를 완화해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를 60일간 허용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이날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이 실시될 것이라며 이란 측과 협의해 기한 내에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군사 공격으로 인해 IAEA의 접근이 중단됐던 시설들에 대한 사찰 재개 여부는 향후 협상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말하는 이란의 ‘핵 사찰 복귀’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고위급 회담에서 동결자산 120억달러(약 18조원) 해제 문제가 합의됐다”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가 면제되고 일부 동결자금이 해제됐으며 이란 재건 및 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측에서는 동결자산 해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제 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입장차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제된 자금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쓰이게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이란 타스님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며 “미국과 이란 간의 합의에 따르면 최초 60억달러는 생필품과 의약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제재 대상이 아닌 다른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호르무즈해협 통항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른 항로를 제시하고 있어 선박들이 가장 안전한 항로가 어딘지 몰라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양국은 앞으로 △제재 해제 △핵 △재건·경제 개발 △감독·이행 4개 실무그룹을 구성해 사안별로 기술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접점이 나오면 2차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양국은 중동 주변국과의 접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3∼25일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바레인 등을 방문해 MOU 이행과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움직임도 분주하다.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오만을 방문해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통항 요금 부과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실무 그룹을 통해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3일 파키스탄을 찾았다. 양국 모두 후속 협상에 대비해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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