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도보 횡단 시작, 천안함·연평도 도발 땐 마라톤과 규탄 시위로 안보 경종
전쟁 유복자 남편과 참전 용사 오빠 둔 아내…“전쟁만큼은 용서 못 해” 자서전 준비
“이 땅에 다시는 포성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반도의 허리를 끊어낸 북위 38도선을 따라 32년간 쉼 없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온 ‘38선 횡단 부부’가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유대지(76)·이순필(76)씨 부부는 올해 6·25 전쟁일을 맞아 통산 93번째이자 인생 마지막이 38선 동서 횡단 길에 오른다. 고령으로 인한 체력적 한계 탓에 ‘100회 횡단’이라는 기록 대신, 평화를 향한 진심을 담아 마지막 대장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부의 여정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자택을 출발해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선친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동부전선 38선의 기점인 강원 양양으로 이동한 부부는 6·25 전쟁 76주년 당일인 25일 오전 양양 하광정휴게소에서 운전대를 잡는다.
이들은 태극기와 ‘38선은 조국의 평화를 바란다’는 현수막을 두른 차량을 타고 한계령, 인제, 양구, 화천, 포천을 거쳐 서부전선 파주 임진각까지 약 400㎞ 구간을 달릴 예정이다. 시민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전달하고자 시속 40㎞의 저속을 유지하며 10시간 동안 종단하는 ‘느린 행진’이다.
부부의 도전은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등으로 한반도에 핵위기가 고조되던 해에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강원 고성에서 백령도까지 휴전선 155마일(약 250㎞)을 20일간 도보로 종주하며 반전을 외쳤다. 이후 매년 6·25일과 새해 첫날, 혹은 남북 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38선으로 향했다.
2000년 6·25 전쟁 50주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LA까지 ‘북위 38도선’ 4000㎞를 차량으로 종단하며 분단의 아픔을 알렸다.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예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양양에서 임진각까지 280㎞를 4박 5일간 달리는 ‘마라톤 횡단’을 감행했다.
부부가 평생 길 위에 선 배경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자리한다. 유씨의 선친인 고 유귀용 경위는 6·25 발발 전해인 1949년 경주 안강지서장으로 재직 중 공비들과 교전하다 27세의 나이로 순직했다. 3대 독자 유복자로 태어나 고단한 삶을 살았던 유씨와 6·25 참전 후유증으로 평생 지체 장애를 앓던 친정 오빠를 둔 아내 이씨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험난한 길을 동행해 왔다.
2013년에는 경기도로부터 ‘38선 최다 횡단 도민’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자서전 출간을 앞둔 유씨는 “유복자로 자란 고통의 세월 동안,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용서할 수 있어도 제2의 유복자를 만드는 ‘전쟁’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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