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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빼고 근육은 남긴다…비만약 전쟁, ‘감량의 질’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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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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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줄이되 지방을 중심으로 빼고 근육은 최대한 지키는 ‘질 높은 체중 감량’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새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제공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인크레틴 계열 비만치료제가 두 자릿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주면서 비만 치료의 판을 바꿨지만, 체중이 빠지는 과정에서 제지방도 함께 줄어드는 문제가 뒤따랐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치료제의 감량 효과를 유지하면서 근육 감소를 막아줄 약물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도 두 번째 근육 증가형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 ‘ADA 2026’에서 ‘LA-MSTN(HM500197)’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HM500197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펩타이드 후보물질이다. 앞서 한미약품이 선보인 ‘LA-UCN2(HM17321)’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것과 달리 HM500197은 아직 동물실험을 거친 전임상 단계다. 물론 비만치료제를 투여한 뒤 체중계 숫자가 줄었다고 해서 빠진 무게가 모두 체지방인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기존 연구를 인용해 GLP-1 계열 치료제로 줄어든 체중의 약 20~40%가 제지방 감소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지방은 지방을 제외한 체중으로, 골격근과 수분, 장기 조직 등을 포함한다. 제지방 감소를 전부 근육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골격근 감소와 맞물린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제지방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고령자나 근육량이 적은 사람에게서 감소 폭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다. 근력이 떨어지고 신체 기능이 약해질 수 있으며, 기초대사량 감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비만치료제를 끊은 뒤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현상을 근육 감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투약 중 억제됐던 식욕이 되살아나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럼에도 같은 체중을 빼더라도 지방을 더 많이 줄이고 근육을 덜 잃는 편이 장기적인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제약업계가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서 ‘무엇을 빼느냐’로 시선을 옮기는 이유다.

 

글로벌 경쟁은 이미 임상 단계에 들어갔다.

 

일라이 릴리는 비마그루맙과 자사의 비만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를 함께 투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비마그루맙은 마이오스타틴과 액티빈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 치료제다.

 

개발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릴리는 지난해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비마그루맙·티르제파타이드 병용 임상시험을 ‘전략적 사업상의 이유’로 중단했다.

 

그렇다고 비마그루맙 개발 자체를 접은 것은 아니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 252명을 대상으로 비마그루맙과 티르제파타이드의 단독·병용 효과를 살피는 별도의 임상 2상은 계속 진행 중이다.

 

리제네론은 항마이오스타틴 항체인 트레보그루맙을 세마글루타이드와 함께 투여하는 임상 2상 ‘COURAGE’를 진행했다.

 

26주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만 투여한 환자는 10㎏을 감량했고, 이 가운데 3.3㎏인 33%가 제지방 감소였다. 트레보그루맙 저용량을 함께 투여한 환자는 감량분 가운데 제지방이 차지한 비중이 16.8%로 낮아졌다. 지방 감소량은 세마글루타이드 단독군 6.7㎏에서 병용군 7.6㎏으로 늘었다.

 

고용량 트레보그루맙 병용군에서도 감량분 중 제지방 비중이 18.1%로 나타났다. 리제네론은 근육 감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 감량을 늘릴 가능성까지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스콜라록의 아피테그로맙도 경쟁 후보로 꼽힌다.

 

스콜라록이 지난해 공개한 임상 2상 ‘EMBRAZE’ 결과를 보면 아피테그로맙과 티르제파타이드를 함께 투여한 환자는 24주 동안 제지방이 1.6㎏ 줄었다. 티르제파타이드만 투여한 환자는 3.5㎏ 감소했다. 병용 투여로 제지방 손실을 54.9% 줄인 셈이다.

 

전체 감량분 가운데 지방이 차지한 비중은 병용군이 85.3%, 티르제파타이드 단독군이 69.5%였다. 병용군의 체중 감량률은 12.3%로 단독군 13.4%보다 다소 낮았지만, 빠진 체중의 구성이 달랐다. 아피테그로맙은 시험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다.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HM500197과 HM17321 등 근육 증가형 후보물질을 비롯해 비만과 심혈관·신장 질환 관련 연구 결과 8건을 발표했다.

 

회사는 국내에서 개발 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시작으로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 UCN2 기반 HM17321, 마이오스타틴 억제제 HM500197로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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