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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2주 전 만삭 아내 두고…지게차 깔려 숨진 26살 계약직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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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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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나로마트서 계약직 직원 사망
무면허 운전 지시…경찰·노동청 수사 착수
농협 측 “조사 적극 협조해 책임 다 할 것”

제주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지하주차장에서 20대 계약직 직원이 지게차에 깔려 숨진 사건 관련 무면허 상태에서 깁스를 한 채 지게차를 운전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사고 전 업무 제외를 요청했지만 마트 측이 무리하게 일을 시켰다는 유가족 진술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회의실에서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망사고 작업자 유족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 22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민주노총 제주본부 회의실에서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망사고 작업자 유족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3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제주시 하귀농협 관계자 등을 입건하고 사고 경위와 안전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 무면허 여부와 마트 측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지게차가 일방통행 구역을 이용한 사실 등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3시 33분쯤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하나로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김모(26)씨가 지게차를 몰다 옆으로 쓰러진 지게차에 깔렸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전날 오후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유가족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가 사고 당시 지게차 운전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로 업무에 투입됐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씨는 해당 하나로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해 지난해 8월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주된 업무는 농산물 판매였으나 지게차 운전도 해야 했다.

 

사고가 난 지게차는 3t 미만으로 관련 교육 16시간을 이수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김씨는 교육을 받지 않아 무면허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7일 다리를 다친 뒤 사고 당일에도 깁스를 한 채로 근무했다. 그는 경사도가 높은 출구를 오르던 중 문제가 생겨 지게차를 멈췄고, 이후 지게차가 전도되며 깔림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올해 초 결혼해 2주 뒤 출산을 앞둔 만삭 아내를 둔 예비 아빠였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부친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만삭의 몸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김씨의 아내는 “근무 시간이 아닌데도 계속 남편에게 전화해서 ‘발주 넣어달라’는 등 업무를 시켰다. 쉬는 날에도 마트에 다녀오곤 했다”고 말했다. 채용 과정에서 아르바이트→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이어지는 관행이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의 또 다른 유족은 “블랙박스 영상을 받았는데 (사고 당시) 고객 차량이 뒤에 있어서 빨리 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게다가 비가 오는 와중에 (지게차로 옮기던) 물건이 떨어지면서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관리 없이 지게차로 운송하게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족 측은 “무면허로 지게차를 운전하는 것을 알고 평소에도 만류했지만, ‘지게차 운전을 안 하면 회사를 못 다닌다’고 했다”며 “지난 7일 다리를 다쳐 더 쉬고 싶다고 했지만 연차를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곧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연차를 아끼려 했고, 결국 사고 당일까지 깁스를 한 채 근무했다”며 “지게차는 양발로 조작하는 장비인데 다친 상태에서 운전하게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 판매시설에 대한 전면 근로감독과 지게차 등 이동식 장비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귀농협 측은 “이번 사고로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고 피해 지원에 성실히 임하고 유족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향후 필요한 조치에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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