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상수원 규제 모자라 대형 관로 광주 중심부 관통…밀실 행정” 반발
3만호 AI 스마트 신도시·규제 완화 등 상생안 요구…“거부하면 공사 저지”
다음 달 1일 취임을 앞둔 박관열 경기 광주시장 당선인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서울 서초동 사옥을 오가며 무기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 차례 낙선과 두 차례 경선 탈락을 딛고 도의원에 이어 시장직에 오른 박 당선인은 “규제 탓에 발전이 더딘 광주에 더는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며 국가산업단지 통합용수 공급 사업에 반기를 들었다.
2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이 뒤늦게 대형 팻말을 목에 걸고 시위에 나선 데는 ‘밀실 행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26년간 광주에 머물며 목도한 낙후된 삶의 환경이 그를 자극했다.
◆“30여년 규제에 또 희생만 강요”
지난 18일 광주시청 지하 인수위원회 사무실. 이곳에서 마주한 박 당선인은 “시민의 희생과 불편만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합당한) 상생안이 없다면 첫 삽도 못 뜰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선거운동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을 드러낸 그는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다시 거리로 나선 행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박 당선인은 “광주는 수십년간 2600만 시민에게 공급하는 수도권 식수원 보호를 위해 전체 면적의 99% 이상이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과 수도권정비계획구역 등에 묶여 희생했다”며 “다시 관로 노선으로 앞마당까지 내어주라는 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시가 공개한 자료들에는 다음 달 착공을 앞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통합용수 공급 사업’ 구간에 광주시 땅이 3분의 1가량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가 팔당댐 등의 수자원을 활용해 용인 반도체 산단에 하루 107.2만t의 공업용수를 적기에 대려는 프로젝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업해 2034년까지 2조155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7월 착공해 하남 도수관 분기점에서 출발해 광주를 거쳐 용인으로 이어지는 46.9㎞의 전용 관로를 신설하는데, 이 중 16.5㎞ 구간이 광주시를 관통한다. 매설되는 관로의 직경은 성인 남성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최대 1.8~2m 크기다. 이런 관로 2개가 광주의 지하를 파고들게 된다.
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남종면 주민들은 “1975년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반백 년 넘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불이익을 감내해 왔다”며 “남종면과 남한산성면 등은 인구 소멸 위기까지 몰렸는데 최근 회의 자료를 보고서야 광주 땅이 산단의 물길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업을 두고 광주시 전임 집행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6월 의견서를 제출하긴 했으나, 실익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사업 안건이 통과됐고 행정 절차마저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패싱’ 논란을 자초했다.
◆“전임 市 집행부 미진한 대응도 규명”
같은 시기 인근 여주시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용수 공급을 두고 인허가 거부권을 행사해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와 하수처리시설 예산을 따냈다. 안성시는 배후 소부장 특화단지를 유치하며 상생 협약의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박 당선인은 “시장 당선 뒤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전임 집행부의 미진했던 대응도 인수위 차원에서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사업 자체를 발목 잡으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땅을 내어준 대가에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정부와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상생 방안의 핵심은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3만호 규모의 인공지능(AI) 스마트 반도체 배후도시’ 조성이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이미 경기도 도시주택실 관계자들과 정책 협의회를 갖고 관련 사업 승인을 요청하는 등 자족형 첨단도시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자연보전권역 내 행위 제한 규제 완화, 경강선 연장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국도 43·45호선 대체 우회도로 활용, 지역 근로자 및 자재·업체의 우선 사용 권고 등이 상생안에 포함됐다.
그는 조만간 시위 반경을 넓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시민들이 나를 뽑아준 것은 거대 권력과 갈등이 생겼을 때 전면에 나서 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미래전략특보로 활동한 바 있다. 도의원으로 활동하던 2019년에는 기본소득 공론화에 앞장서 당시 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 구상에 힘을 보탰다. 기본소득위원회 위원이자, 연구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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