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민물고기 여전히 우리 생태계 점령
한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개체 수가 불어나며 습지와 하천에서 토종 생물을 위협했던 황소개구리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생태계 교란종 중 황소개구리와 같은 종은 자연 조절과 퇴치로 개체 수가 줄어든 반면 어떤 종은 ‘활용’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여전히 뚜렷한 해법 없이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도 적지 않다. 생태계 교란종 대응의 세 가지 현주소를 짚어봤다.
◆ 황소개구리, 천적 생겨나며 감소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농가 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국내에 도입됐다. 새마을운동의 일환이었다. 이후 빠르게 한국의 자연 생태계에 적응하며 확산했다. 1996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강원도 일부 고지대를 제외한 전국의 저수지·하천·늪 등 91개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될 정도였다. 황소개구리 개체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으로 평가된다.
생태학적으로 외래종이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면 일정 기간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세는 자연스럽게 꺾이는데, 이는 토종 생물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생태계 파괴자로 군림하던 황소개구리 역시 2000년대 들어 토종 생물에 의해 개체수가 감소했다. 물뱀, 왜가리, 백로 등 토종 생물들이 유입 초기에는 황소개구리를 먹이로 인식하지 않다가 이후 먹이로 삼기 시작하면서 천적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황소개구리는 자연적인 포식 관계 속에서 개체수가 점차 조절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퇴치 활동도 황소개구리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 박대식 강원대학교 과학교육학부 교수는 “황소개구리는 올챙이 가운데 성체로 성장하는 비율이 전체의 1~3%에 불과하다”며 “퇴치 활동 당시에는 올챙이를 중심으로 포획이 이뤄졌는데, 천적에 의한 자연 조절 효과에 비하면 제한적이었지만 개체 수 감소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황소개구리 개체수 감소에는 토종 생물과의 천적 관계 형성 등 생태계 내 자연 조절 요인과 인위적인 퇴치 활동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해양 생태계 교란종 불가사리, 퇴치에서 활용으로
황소개구리가 민물 생태계에서 ‘감소’라는 변화를 보였지만, 모든 교란종이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다. 서식 환경과 종 특성에 따라 대응 방식 역시 달라진다. 해양 생태계에서는 ‘활용’이라는 해법이 등장했다.
어패류를 무분별하게 포식하는 생태계 교란종 불가사리가 대표적이다. 불가사리는 해삼이나 성게 등을 잡아먹어 어장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유해 해양 생물로 인식돼 왔다. 어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업에 나간 어선의 어망에 불가사리만 잔뜩 걸려 올라와 한숨을 쉬는 어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활용처가 마땅치 않았던 불가사리는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매해 어업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처리돼 왔다.
잡힌 불가사리의 대부분은 소각 처리돼 폐기됐다. 실제로 정부는 매년 약 3000t에 달하는 불가사리를 수거해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불가사리를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 등 새로운 용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한 스타트업은 불가사리 골편에서 추출한 탄산칼슘 기반의 다공성 구조체에 주목해 이를 친환경 제설제로 개발했다. 기존 염화칼슘이나 염화나트륨 기반 제설제는 염화이온 농도가 높아 차량 하부나 도로 시설물의 부식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 구조체는 미세한 구멍이 많은 구조로, 염화이온을 흡착해 고농도 염화이온 상태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환경 피해를 줄이고, 부식 방지제와의 상호작용으로 부식 저감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다.
환경부 인증 기준에 따르면 제설제의 부식률 허용 기준은 30% 이하이지만, 해당 기업의 불가사리 기반 제설제는 부식률이 0.8%로 물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려지던 해양 생물이 친환경 산업 소재로 재탄생하면서, 생태계 교란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불가사리는 천적 등장 등 생태계 변화로 개체 수가 감소한 사례는 아니다. 대신 버려지던 해양 생물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면서, 퇴치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활용 중심의 관리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 베스·블루길은 여전히 활개
황소개구리와 불가사리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베스·블루길과 같은 외래종이 여전히 생태계를 교란하는 현실은 뼈아프다.
베스는 1973년 당시 수산청에서 미국으로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이후 국내 하천에 정착해 한강, 낙동강, 금강 등에서 빠른 속도로 번식해 토종 생물을 위협하며 큰 문제를 일으켜 왔다.
블루길도 마찬가지로 식용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1969년 시험 양식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510마리를 도입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때 한강 팔당댐 부근에 방류됐는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확산돼 여전히 대청댐과 안동댐을 중심으로 우점종으로 나타나고 있다. 베스는 각시붕어나 떡납 줄갱이 등의 한국 토종어류의 치어를 먹고, 블루길은 이들 토종 어류의 알을 주로 섭식한다. 이에 따라 국내 토종어류 보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저수지나 하천 등에 서식하는 토종 생물인 가물치는 상위 포식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물치가 베스·블루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이들을 주된 먹이로 삼는다거나, 개체수 조절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 때문에 개체수가 유지되며 여전히 우리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소개구리처럼 토종 생물에 의한 생태적 조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불가사리처럼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뚜렷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초 식용으로 들여온 만큼 식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메기, 쏘가리 등처럼 식용 민물고기로 자리 잡는 데 실패했다. ‘흙내’로 일컬어지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기도 하고, 60~70년대 단백질 섭취가 원활하지 않던 시절 식용 목적으로 들여온 터라, 오늘날에는 다른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 충분해 굳이 식용으로 활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퇴치 사업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석현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베스와 블루길의 개체수가 전체적으로 줄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다양한 퇴치 사업을 하며 매년 수 톤에 달하는 양을 잡아내고 있지만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특히 베스는 서식지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축소되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는다”며 “지자체 단위로 소형 저수지를 중심으로 물리적 퇴치에 나서며 일정한 효과는 있지만, 개체 수를 유의미하게 줄일 정도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생태계 교란종 문제는 일회성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생태적 특성과 인간의 개입 방식을 함께 고려한 장기 관리의 영역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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