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위법성 예외 촉구
“피해자 권리 보호 마지막 수단”
“4년 전 그날 아이가 ‘선생님이 밉상이라고 했어요’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은 발달장애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이미 시간이 흘러 증거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자폐성 장애아동 부모 한우리씨는 제1회 장애인학대예방의 날인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사건을 겪으며 모진 일을 당해도 스스로 말로 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발달장애인, 영유아, 치매 노인 등 누군가 자신을 해쳐도 기록하거나 증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지킬 방법은 보호자가 구체적이고 분명한 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 남긴 녹음”이라고 했다.
한씨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10개 장애인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3자 녹음의 위법성에 예외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내다.
2022년 9월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는 주모(13)군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싫어 죽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아동학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2024년 2월 1심 법원은 A씨 발언에 학대 고의가 있다거나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보기 어렵다며 선고 유예를 결정했다. 쟁점은 ‘제3자 녹음’이 증거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였다. A씨 발언은 주군의 어머니인 한씨가 가방에 넣어 녹음한 음성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녹음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활용될 수 없다.
1심 법원은 주군이 스스로 학대에 방어하기 어렵고 공교육 현장에서 녹음을 통해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2심에서는 녹취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고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단체들은 학대 피해 장애인의 70%가 의사 표현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현장을 찾아 “대법원 판단은 피해자 권리 보호의 기준이 될지 마지막 보호 수단을 빼앗을지 결정할 기로”라며 “3자 녹음의 증거 능력이 부인되면 학대 사실 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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