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인천 남동구 건설기술교육원에서 ‘금요일 동네한바퀴’ 2주년 토크콘서트를 열고 주민들과 함께한 2년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이 의원은 동명의 인기 TV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이 기획을 통해 국회 입성 직후부터 지역구인 인천 남동 곳곳을 걸으며 주민들을 만났다. 2년여 동안 걸은 거리만 900km, 만난 주민은 약 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역구 한 동을 평균 10회 이상 찾았고, 소상공인의 애환과 청년들의 고민을 들었다.
정치가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그의 실천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간 듯하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대화, 정말 중요합니다. 이훈기 의원님 잘 하십니다. 정치는 국민이 합니다”고 격려했다. 정치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데 있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라면, 골목은 삶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법과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만, 때로는 사람의 목소리보다 문서와 숫자가 앞서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직접 걸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방송된 KBS의 장수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명 정치인도, 대기업 회장도, 세계적인 스타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 상인과 동네 이발사, 작은 공방의 장인, 시골 마을의 노부부가 주인공이 된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비춘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얼굴에서 자신의 부모를 보고, 자신의 이웃을 보고, 때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흥미롭게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종교 지도자 한학자 총재 역시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다고 한다. 함께 일했던 이들에 따르면 그는 ‘6시 내고향’이나 ‘동네 한 바퀴’ 같은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낯선 시장이나 지역의 숨은 맛집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면 유심히 시청했고, 실제로 그곳을 방문해 보거나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데리고 가 식사를 나누기도 했다.
조금 의외의 모습이다. 세계 정상들을 만나고 국제회의를 주관하며 수많은 국가를 오간 지도자라면 늘 거대 담론만 이야기할 것 같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을 오가며 평화와 화합, 종교 간 협력을 이야기해 온 그였지만, 결국 시선이 머문 곳은 사람 냄새 나는 시장 골목과 평범한 이웃들의 삶이었다. 세계평화라는 웅대한 이상도 한 사람의 삶에서 시작된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상인의 웃음, 국밥집 주인의 손길, 동네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 속에 삶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 총재에 대한 주변 인사들의 또 다른 증언 속에서도 비슷한 면모가 보인다. 길을 건널 때 자신보다 차량을 먼저 보내라고 배려했던 일, 외출했다 돌아올 때마다 직원들과 반려견에게 줄 먹거리를 챙겼던 일, 기념일이면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나누어 주었던 일화들이다. 사람들은 종종 특별한 업적이나 연설보다 이런 작은 배려에서 진심을 느낀다.
사실 ‘동네 한 바퀴’가 보여주는 것도 그런 풍경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큰 사건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 함께 밥을 먹는 시간, 이름 없는 사람들의 땀과 정직함을 기억하는 것이 사회를 지탱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 풍경에 위로를 받는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가 아무리 숭고한 진리를 말하더라도 사람을 향하지 못하면 생명력을 잃는다. 사람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학은 공허하고,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신앙은 힘을 잃기 마련이다. 위대한 종교 지도자라 할지라도 결국은 사람들의 삶을 사랑할 때 존경받는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거대한 이야기 속에 갇혀 있다. 정치적 갈등은 점점 커지고, 사회는 편 가르기에 익숙해졌다. 사람보다 진영이 먼저 보이고, 대화보다 비난이 먼저 들린다. 그러나 골목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시장에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동네 한 바퀴’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그 평범한 풍경이 아직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계를 품으려 했던 사람도 시장 골목을 그리워하고, 평화를 말했던 사람도 사람들의 웃음소리에서 힘을 얻는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올해로 여든을 훌쩍 넘긴 한학자 총재 역시 언젠가 다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던 시장 풍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여유롭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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