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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래 선양소주 회장 “사람과 사람 연결·지역밀착 경영… 나는 병 주고 약 주는 사람”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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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송민섭 사회2부장, 정리=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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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사업가서 주류업계로
IT로 대박… 2004년 지방업체 인수
중견기업 생존 위해 ‘녹색병’ 탈피
착한 소주·저칼로리·고품질 혁신
직접 모델 마케팅비↓… 해외 공략

건강 비법은 ‘맨발의 자유’
사재로 21년째 ‘계족산 황톳길’ 관리
공연·마라톤 개최 등 사회공헌 활동
지역 살리려면 ‘중앙 베끼기’ 안돼
일자리·경쟁력 갖게 특화전략 짜야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지난 18일 대전 대덕구 계족산 황톳길 입구. 전날 내린 비로 녹음은 생기로 가득하고 수분을 듬뿍 머금은 황토는 형형하게 빛났다. 차가우면서도 미끌미끌한 감촉이 발바닥에서 머리끝으로 전해진다. 평일인데도 황톳길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갑자기 시민들이 한 사람에게 몰려든다. 파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중년이다.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중절모를 쓴 조웅래(67) 선양소주 회장이다.

 

“회장님 어제 먹방 쇼츠 잘 봤어요”, “직접 뵈니 더 젊으십니다.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빗발치는 계족산 방문객들 요청에 ‘맨발 걷기 선구자’ 조 회장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다.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황토가 진득이 묻은 발바닥을 들어 올리고 입이 귀까지 닿도록 환하게 웃는다. 조 회장은 “황톳길은 건강길”이라며 “걸을수록 건강해지는 데 지칠 일이 있겠냐”고 황톳길 예찬에 여념이 없다.

 

계족산 황톳길이 생긴 지 올해로 21년이 됐다. 그는 2006년 개인 재산을 털어 계족산 임도 14.5㎞에 황토를 깔았다. 전국 최초의 ‘맨발길’이다. 황톳길은 우연한 경험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은 조 회장은 높은 구두를 신고 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지인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산길을 내려왔다. 발바닥은 아팠지만 그날 오랜만에 숙면을 했다. 조 회장이 ‘맨발로 걸으니 몰랐던 해방감이 찾아왔다’며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워 계족산에 황토를 깐 계기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은 지방소멸 시대 지역대 생존 전략과 관련해 “선양소주가 아무리 녹색병에다 좋은 재료 넣어 좋은 술을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지방 술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당국 역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지역대의 서울대 따라 하기가 아닌 내용부터 포장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지역 맞춤형 특화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대전=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은 지방소멸 시대 지역대 생존 전략과 관련해 “선양소주가 아무리 녹색병에다 좋은 재료 넣어 좋은 술을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지방 술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당국 역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은 지역대의 서울대 따라 하기가 아닌 내용부터 포장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지역 맞춤형 특화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대전=이제원 선임기자

조 회장은 2000년대 초반 휴대폰 벨소리 사업으로 성공한 1세대 벤처사업가였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기반 사업은 시장이나 제도 측면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했다. 경남 마산 태생인 그는 대전·충남 기반의 선양소주를 인수한 이유로 “IT 기업이나 제조업이나 모두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며 “아이디어 잘 내서 제품을 잘 만들면 잘 팔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배짱은 기업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양소주가 국내 최저 도수와 저칼로리를 앞세운 ‘선양’에 이어 말차·오크 숙성 소주 등 기존 희석식 소주와 다른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품질은 같되 생산량을 990만병으로 제한을 둔 ‘990원 소주’, 오크소주와 캔맥주를 합친 오크소맥캔 시판에 나선 것은 “주류업계 마이너 기업 입장에선 혁신 이외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1세대 벤처기업가에서 지역 연고도 없던 선양주조를 인수한 이유는.

“과거 삐삐 사업(IT 벤처 1세대)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가상 세계의 숫자보다 사람 냄새 나는 현장이 그리웠다. 마침 충청권 주류기업 선양이 매물로 나왔을 때, 소리(음성통신)나 술이나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본질은 같다는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인수했다. 제 소주 지론은 명확하다. ‘지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익만 좇지 않고 사람 중심의 가치를 두는 것, 그것이 제 경영철학이다.”

―오크소맥캔, 말차소주, 990원 소주 등 잇단 제품생산·마케팅이 파격적이다 못해 공격적이다.

“소주 시장은 전국이다. 경쟁 상대는 수도권 주류회사이다. 아무리 좋은 술을 만들어도 선양소주는 지역 술로 인식한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녹색병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 저칼로리 선양소주와 말차소주, 오크소주, 오크소맥 등 새 제품 출시는 지역 중견기업의 생존전략이다. 디자인도, 내용도 다 바꿨다.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를 노린 거다. 지난해 국내 소주회사에서 유일하게 선양소주만 매출 실적이 난 이유가 차별화였다.”

―소주시장이 위축돼 있다. 2030 젊은 세대 문화는 술과 거리를 둔다. 그럼에도 선양소주의 지난해 매출은 9%로 이례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젊은 세대가 술과 거리를 두는 것은 소주에 위기가 아니라 ‘새롭게 혁신하라는 신호’다. 획일화된 소주만 고집하면 미래가 없지만 ‘선양오크’나 ‘선양말차’ 그리고 최근 출시한 ‘선양 오크소맥’ 캔소맥처럼 소주도 맛과 향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걸 보여준다면 새로운 기회가 된다. 미얀마 등 해외 시장 진출 역시 K푸드 열풍에 발맞춰 우리 소주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착실히 영토를 넓혀가는 차원이다. 우리가 주류업계 1, 2위가 아니다. 마이너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1, 2위 업체가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신생 소비층 공략에 나서야 했다.”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배우 차은우, 걸그룹 멤버 미연 대신 직접 선양소주 모델로 나섰다.

“대기업들처럼 아이유 같은 톱스타를 쓰면 광고 효과는 좋다. 하지만 저는 제품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만든 사람의 얼굴과 땀방울’만큼 확실한 보증수표는 없다고 믿는다. 억대의 마케팅 비용 아껴서 소비자 가격 낮추고, 지역 인재들에게 장학금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게 제 스타일이다. 990원 착한소주만 해도 제가 직접 모델로 나서서 광고비 아끼고, 유통 거품을 빼면 고물가에 힘든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위안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한 인플루언서다. ‘크리에이터 오너’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자랑을 좀 하자면 인스타 팔로어는 20만명이 넘고 먹방 쇼츠 중 올해 1월 방어회를 먹는 쇼츠는 573만뷰를 넘었다. 지난해에만 SNS 누적 노출수가 2억5000만뷰에 달했다. ‘크리에이터 오너’라는 별칭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격식 차리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회장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고 주요 고객과 소통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소비자들이 훨씬 더 친밀감과 신뢰를 느끼지 않겠나. ‘열심히 사는 동네 아저씨 같아 보기 좋다’며 응원해 주시는 팬덤이 생긴 것만으로도 제 위신은 차고 넘치게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계족산에는 21년째 황톳길을 깔고 있다. 소주회사 사장이 왜 황톳길을 만들었나.

“2006년 봄,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다가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에게 제 운동화를 벗어주고 저는 맨발로 돌길을 걸었던 게 시작이었다. 그날 밤 평소 앓던 불면증도 없이 정말 달게 잤다. 이 좋은 걸 나만 알기 아까워 사재를 들여 황토를 깔기 시작한 게 어느덧 21년째다. 초기에는 산에 왜 황토를 까느냐며 오해도 받았고, 최근에는 유가 비용이나 운반비가 많이 올라 부담도 컸지만, 매년 전북 김제·익산의 질 좋은 황토 2000t을 새로 깔며 길을 지켜 왔다. 지금은 연간 500만명이 찾아와 맨발로 걷고 치유를 얻는 국민 에코힐링 성지가 됐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사회에 선물했다는 점에서 제 인생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

―뻔뻔(Fun-Fun)한 클래식, 지역사랑 장학캠페인, 맨몸마라톤 등 유독 지역과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이 많다.

“로컬 기업의 뿌리는 결국 지역 주민들이다. 지역사회가 우리를 외면하면 기업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그렇기에 기업이 번 돈을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다. 계족산 숲속에서 무료로 펼쳐지는 ‘뻔뻔한 클래식’ 문화공연이나 병당 5원씩 적립해 대전·세종·충남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에게 전달하는 장학캠페인, 신년 초 대전 갑천변을 맨몸으로 달리며 에너지를 나누는 ‘선양맨몸마라톤’ 모두 마찬가지다. 지역민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우리 선양소주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제가 술을 팔면서 에코힐링을 외치는 것과 관련해 ‘병 주고 약 드려 죄송하다’고 개그를 던지면 그래도 ‘약이라도 주니 다행’이라고 받아치곤 한다.”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마라톤 완주만 86회에 이른다. 건강 비책은.

“매일 아침 운동을 내 하루 일과 중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건강 비책이다. 오늘 해야 할 급한 일들 때문에 운동을 뒤로 미루면 평생 못 한다. 저는 아침에 눈 뜨면 무조건 달릴 준비부터 한다.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맑아지고 경영이든 사회공헌이든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 ‘몸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땀 흘리는 것 그리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받는 것이 제 건강의 전부이다.”

―지방소멸이나 청년층 고실업 시대를 맞아 지자체나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기업이 진짜로 현장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결국 지역에 일자리가 있고, 그 지역 기업이 살아야 한다. 규제를 풀고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컬 기업들이 대기업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와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지방대가 살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는데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학령인구 절벽, 지방소멸 등의 복합위기에서 지역대가 살아남으려면 서울대를 좇아갈 게 아니라 지역 특화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남들 시선이나 사회 잣대에 흔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즐기는 것을 열심히 좇다 보면 어느 순간 ‘잘 살고 있구나’란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 회장. /2026.06.18 이제원 선임기자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은…

 

●1959년 경남 함안 출생 ●경북대 전자공학과 ●㈜5425 대표이사(1995년) ●조웅래장학재단 설립(10억원 출연) ●㈜선양 회장 취임(2004년) ●계족산황톳길 조성·관리 시작(2006년) ●대한민국 100대 일자리 으뜸기업 수상(2019년) ●대한민국 국토 한 바퀴(5228㎞) 국내 최초·최단시간 완주 ●116일 518시간 57분 59초(KRI한국기록원 공식 인증) ●자기계발서 ‘첫술에 행복하랴’, 에세이 ‘맨발의 선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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