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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위협받는 해상양식… ‘검은 반도체’ 땅에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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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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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 김 육상양식 팔걷어

韓 해역 표층수온 55년 새 1.36도 올라
김 생산시기 2100년 100일 미만으로 뚝↓
11억달러 ‘수출효자’ 수급 불안에 대비

육상김, 사계절 수확 가능 신선함 강점
국내 첫 개발 CJ, 상업화시설 2027년 완공
풀무원, 스마트팜 도입 R&D센터 착공
2027년 출시 박차… 대상·동원도 “기술 개발”

주요 식품기업들이 바다가 아닌 실내 공장에서 김을 재배하는 ‘육상양식’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K푸드 대표 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김의 원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해수온 상승 등 해상양식의 생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김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 ‘김 육상양식’ 사업 본격화

21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충남 천안 지역에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지어 본격적인 김 육상양식 상용화에 나선다. 2018년부터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김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은 3t 수조 배양 성공(2021년)과 전용 품종 확보(2022년) 등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8월부터 착공되는 이번 상업화 시설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비비고 김’ 제품으로 국내외에 판매될 계획이다.

지구온난화로 김 해상양식의 생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식품기업들이 ‘육상양식’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위 사진은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이 육상양식 김을 배양하는 모습. 아래는 풀무원이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는 김 육상양식 연구개발(R&D)센터. CJ제일제당·풀무원 제공
지구온난화로 김 해상양식의 생산 변동성이 커지면서 식품기업들이 ‘육상양식’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위 사진은 CJ제일제당 연구원들이 육상양식 김을 배양하는 모습. 아래는 풀무원이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하는 김 육상양식 연구개발(R&D)센터. CJ제일제당·풀무원 제공

이 시설이 가동되면 CJ제일제당은 겨울철에만 수확 가능했던 김을 사계절 내내 신선하고 균일한 품질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육상양식 김은 이상기후 등에 따른 생산량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상양식의 경우 여름에는 생산이 불가능해 여름에는 지난해 겨울 김을 냉동고에 저장해 놨다가 생산하게 되는데, 육상양식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갓 양식된 김을 1년 내내 균일한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제공 가능하다.

CJ제일제당은 김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인 전용 배지 개발에도 성과를 보이는 등 김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김 사업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은 2010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5년 한식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스낵형 김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에선 김이 우리가 늘 먹던 반찬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해외에선 김이 ‘새롭고 건강한 소재,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건강 스낵형 콘셉트로 선보였다.

특히 CJ제일제당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김의 다양성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김 사업을 대형화하는 것이다. 김에 대한 이해도와 친숙도가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군도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기존에 먹던 자국 김과 다른 새로움으로 구매하는 한편, 유럽이나 미국은 ‘건강 스낵’ 개념으로, 동남아에서는 한류 열풍에 의한 K스낵으로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상업화 시설을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요 확대에 맞춰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아담 리차도네 CJ 제일제당 R&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시설은 10여년간 축적해 온 육상양식 기술을 산업화 현장에 적용하는 핵심 시험대이자 K푸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상업화에 더욱 속도를 내, 국내외 소비자들이 사계절 맛있고 신선한 ‘비비고 김’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원초’ 수급불균형에 경쟁 본격화

풀무원과 대상도 지난해 5월 해양수산부 ‘지속 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 개발 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풀무원은 최근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서 국내 최초로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착공했다. 9473㎡(2865평) 부지에 양식 시설과 연구·지원 시설, 해수 전처리 시설 등을 갖추는 이 센터는 육상양식 기술의 실증과 산업화 기반 마련을 위한 핵심 테스트베드(시험장) 역할을 하게 된다. 풀무원 R&D센터의 핵심 설비인 바이오리액터 기반 양식 시스템은 김의 생육 환경을 자동 모니터링하고 제어해 성장 조건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팜 기술이다. 풀무원은 내년에 육상양식 김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대상은 2016년부터 김 육상양식을 기획해 2023년 국내에서 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전남 고흥군, 해조류 전문 기업인 ‘하나수산’과 손을 잡았다. 약 20억원을 들여 2차 연구를 위한 시설을 조성했다. 앞서 대상은 1차 연구를 통해 육상에서 물김 엽체를 시판할 수 있는 크기인 40∼50㎝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동원F&B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용암 해수의 특성을 이용해 고품질 원초를 재배한다는 전략이다.

온난화에 따른 해상양식의 변동성이 커지고 해외 시장에서 ‘한국 김’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식품업계가 김 육상양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36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김 생산 가능 시기가 연간 약 150일이지만, 2100년에는 100일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김의 글로벌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67개국에 김 11억3323만달러를 수출했다. 2022년(6억4755만달러)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수출액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비비고 김만 해도 2022년 1726t이었던 판매량이 지난해 5253t으로 204.35% 급증했다.

향후 해외 수요 전망도 밝다. 해수부에 따르면 2030년 김 수요는 연 2억1000만속(1속=100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통 해상양식 생산량(연평균 1억5000만속)을 고려하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아직 육상양식 기술이 현재 해상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육상양식의 경우 공장형이다 보니 수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냉난방비용 등 전기요금 부담이 크고 부지 매입과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 육상양식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단순히 김을 가공해 수출하는 것을 넘어서 원초 생산기술 자체를 수출하는 고부가가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며 “향후 김 육상양식 및 상업화에 성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식품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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