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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겹치고, 스며들며, 저마다 다른 시간의 결을 품은 옻칠”… 정찬경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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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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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쌓고, 기다리고, 덮고, 갈아내고, 다시 쌓고,.... 이 같은 옻칠의 과정은 시간의 축적과 드러남을 사유하게 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옻칠의 층위는 지워짐의 흔적이 아니라 머물렀던 시간의 기록이며, 연마는 보이지 않던 것을 다시 세상으로 불러내는 행위에 가깝다고 하겠다.

‘조용한 밤의 축제’, 2026, 60 × 60 cm. 작가 제공
‘조용한 밤의 축제’, 2026, 60 × 60 cm. 작가 제공

옻칠이라는 재료와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작가 정찬경의 개인전 ‘Revelation(드러남)’이 7월 7일부터 학고재 아트센터(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14일까지.

 

이번 전시는 사라진 줄 알았던 것들이 수없이 쌓고 덮고 연마를 통해 새로운 색과 형상으로 다시 드러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품들은 꽃이나 숲, 별, 바람 등의 형상을 빌려 서로 겹치고 스며들며 그럼에도 저마다 다른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데. 

 

작가의 작업에서 흑(黑)은 단순한 배경이나 어둠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다. 연마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색들은 시간 속에 축적된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빛나는 자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흔적으로 남는다.

‘시간의 자리’, 2026, 100 × 100 cm. 작가 제공
‘시간의 자리’, 2026, 100 × 100 cm. 작가 제공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Revelation(드러남)’이라 부른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간을 지나 비로소 모습을 나타내는 과정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젊은 작가 정찬경은 옻칠 대가 전용복 작가의 ‘칠예연구소’에서 옻칠과 자개를 중심으로 작업해 왔으며,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사제전 ‘옻칠, 특별한 동행’에 참여했다. 전통칠예를 바탕으로 시작된 재료에 대한 탐구는 점차 회화적 언어로 확장됐고, 현재는 옻칠과 자개를 통해 시간과 기억, 존재의 흔적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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