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도전을 취재하기 위해 조별리그 1,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온 지도 어느덧 열흘쯤 되어갑니다. 입국 전부터 멕시코의 취약한 치안에 대해 많이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물론 입국 첫 날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 이용한 택시가 600페소를 결제하기로 해놓고 열 배인 6000페소를 긁어버리고 도망간 ‘택시 사건’(https://www.segye.com/newsView/20260609510545) 때문에 멕시코에 대한 첫 이미지는 최악이었습니다. 다만 이튿날부터 현지 경찰과 검찰이 몇 번이나 호텔로 찾아와 사건 경위 조사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무사히 결제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멕시코 치안에 대한 신뢰는 처음보다 더 강해진 듯합니다.
그런데 최근 다소 섬뜩한 사건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며칠 전 대표팀 훈련장 취재를 마치고 호텔 근처 편의점에 생수와 콜라를 사러 갔습니다. 물건을 한참 고르고 있는데 백인 남성 하나가 제게 다가오더군요. 과달라하라 대성당 앞 해방 광장을 가면 제가 그저 한국인이란 이유로 사진 찍자는 멕시코인들이 워낙 많았기에 사진을 찍자거나 혹은 한국에 대해 물어보려나 싶었는데, 그는 대뜸 제게 흡연을 하느냐 묻더군요.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는 “내가 말보루 담배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필립 모리스’의 멕시코 현지 직원인데, 우리가 새로 출시한 잇몸에 붙여 녹여 먹는 담배를 프로모션하고 있다. 하나 받아보겠느냐”며 흰색의 종이 파우치를 보여주더군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마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괜히 거부했다가 해코지를 할 수 있으니 “고맙다”라고 말하고 얼른 받아든 뒤 서둘러 편의점에서 나와서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그가 제게 준 흰 종이 용기에 든 게 무엇인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필립 모리스 씹는 담배’, ‘잇몸 담배’를 검색해보니 제가 받은 것과 비슷하긴 합니다. 그가 진짜 필립 모리스 직원이고, 호의로 씹는 담배를 제공한 걸수도 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죠. 이곳이 과달라하라다 보니 제가 마약으로 의심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이곳 과달라하라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의 본거지로 유명합니다. 과달라하라가 속한 할리스코주를 넘어 멕시코 전역과 미국, 중남미에서도 활동하는 국제 마약 조직이라고 합니다. 멕시코 내의 여러 마약 카르텔 중 가장 크고 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월22일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의 수장인 엘 멘초가 멕시코 정부의 작전에 의해 사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수장이 죽음을 당하자 이들은 대규모 소요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멕시코 정부도 이에 맞대응해 군대를 파견했고, 과달라하라 내 대중교통이나 항공편이 끊기고 휴교령까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소요 사태의 여파인지 과달라하라 거리 구석구석에는 지금도 실종자들의 얼굴 사진과 인적 사항이 기재된 전단지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습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 지금 과달라하라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입니다. 과달라하라 대성당 앞 해방 광장에 마련된 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에는 매일 수천명의 멕시코인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월드컵 경기들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당국도 글로벌 축제를 안전하게 치러내기 위해 도시 곳곳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을 다수 배치해 치안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특히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에스타디오 아크론 주변엔 군인들이 철통 보안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부디 태극전사들과 한국 취재진, 한국 관광객과 한인 동포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월드컵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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