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에 푹 빠진 요즘 아이들
위기에 처한 ‘장난감의 운명’ 다뤄
기기를 경쟁자 아닌 조력자로 표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연결’ 일깨워
시리즈 특유 화려한 모험도 볼거리
친구와 카페에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얼굴보다 스마트폰 화면을 더 오래 들여다본 적 있는가. 아이들의 일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놀이 공간은 점점 현실에서 스크린 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난감의 시대는 끝났다.” 픽사 신작 ‘토이 스토리 5’(17일 개봉)는 이러한 한탄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손에 쥐고 이야기를 만들며 상상력을 펼치던 시대는 저물고, 세상은 화면으로 가득 찼다. 2019년 ‘토이 스토리 4’ 이후 약 6년 만에 돌아온 이번 속편은 이런 면에서 충분한 존재 이유를 갖는다. 디지털 기기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장난감의 운명을 다루는 것은 이 시리즈가 한 번쯤 답해야 할 질문이었다.
전작에서 장난감 ‘포키’를 만들던 유치원생 ‘보니’는 극도로 내성적인 8살 소녀로 성장했다. 수줍은 성격 탓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보니에게 부모는 고심 끝에 개구리 모양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를 선물한다. 보니의 또래들은 그 안에서 게임과 채팅을 하며 모임을 만든다. 현실의 친구 관계마저 디지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세상이다.
보니는 곧 릴리패드에 깊이 빠져들고, 채팅방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파자마 파티에 초대받는다. 파티에 카우걸 ‘제시’와 충성스러운 말 ‘불스아이’를 데려간 보니는 또래들에게 “아직도 인형을 가지고 노느냐”는 노골적인 무시를 당한다. 우정이 깊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이들은 한 공간에 모여서도 각자 자신의 화면에 몰두한다.
파티를 따라나섰던 제시와 불스아이가 도시 한복판에 낙오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인 모험으로 전개된다. 제시의 옷에 남아 있는 옛 주인 ‘에밀리’의 이름과 주소는 장난감들을 예기치 못한 여정으로 이끌고, 그 과정에서 아홉 살 소녀 ‘블레이즈’를 만나게 된다. 말과 돼지를 키우며 수십 개의 말 인형을 모으는 블레이즈 진짜 카우걸을 떠올리게 하는 용감하고 따뜻한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장난감과 전자기기를 구식과 신식, 선과 악의 이분법에 가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릴리패드는 장난감의 시간을 빼앗는 얄미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결국 장난감도 릴리패드도 보니의 행복을 위해 작동한다.
전자기기 역시 시간이 흐르면 뒷방 신세로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낸다. 배변 훈련용 장난감 ‘스마티 팬츠’, 말하는 GPS 하마 장난감, 장난감 카메라 등은 블레이즈 집 서랍에 수년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다시 움직이며 그 존재감을 회복한다. 결국 장난감과 전자기기는 서로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니의 세계를 함께 구성하는 동반자로 수렴한다.
시리즈 특유의 화려한 모험은 여전하다. 누군가 위험에 처하고, 장난감들이 힘을 합쳐 구출에 나서는 익숙한 구조가 반복된다. 버즈 군단이 무인도에서 캠핑장을 거쳐 도시로 향하는 대규모 진군 장면, 공중을 가르는 화려한 비행 장면은 여전히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야기와 아이디어 모두 시리즈의 기존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복을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놀라운 도약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강렬한 적대자의 부재가 아쉽다. 3편의 랏소 베어, 4편의 개비개비처럼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매력적 악역이 등장하지 않고, 모든 캐릭터가 선의로 무장해 갈등의 긴장감은 약하다.
영화가 끝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연결’이라는 점이다. 세상이 스크린으로 가득 차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맺는 우정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놀 친구다. 영화는 장난감과 디지털 기기를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로 배치하며 그 사실을 차분히 되새긴다.
제시가 수십 년 전 주인 에밀리와 함께 놀던 나무 아래 남겨진 흔적을 발견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뭉클하다. 기술은 변하고, 놀이 방식은 달라지며, 세대는 바뀌지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본성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시와 에밀리의 애틋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시리즈 특유의 정서를 끌어올리며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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