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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자존심’ 美 공군 B-52 추락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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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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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진 군사 용어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그렇다. 물론 ICBM이나 SLBM 그 자체가 핵무기인 것은 아니다.

 

다만 ICBM 또는 SLBM에 핵탄두를 탑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해 적국 영토를 타격하는 ICBM, 심해에 숨어 있어 정체조차 모르는 잠수함에서 갑자기 발사돼 날아드는 SLBM 둘 다 위협적인 무기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싣고 다니며 여차하면 공중에서 미사일을 쏘는 전략폭격기까지 포함해 흔히 ‘3대 핵무기 투발(投發) 수단’으로 불린다.

미국 공군 소속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비행 모습. 대량의 재래식 폭탄은 물론 핵무기까지 운용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공군 소속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비행 모습. 대량의 재래식 폭탄은 물론 핵무기까지 운용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무렵부터 전략폭격기를 만들어 나치 독일 및 군국주의 일본과의 전쟁에 투입했다. 당시 전략폭격기의 의미는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폭탄을 지상에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군용기’였다. 그런데 1945년 7월 미국 과학자들이 원자폭탄 제조에 성공하며 전략폭격기의 개념이 달라졌다.

 

그해 8월 원폭 두 발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며 2차대전을 끝낸 미국은 핵무기의 유용성에 눈을 떴다. 전략폭격기의 가치도 핵무기 운용 쪽에 방점이 찍혔다. 물론 핵무기는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대량의 재래식 폭탄 투하 능력 또한 여전히 중요했다.

 

B-52는 미국 공군이 쓰고 있는 대표적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한반도에서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첫 비행을 거쳐 1955년부터 실전에 배치됐다. 무려 740대 넘게 생산됐다고 하는데 어느덧 7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건재한 현역이다.

 

그간 베트남 전쟁과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활약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심지어 최근 이란을 겨냥한 미군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군사 작전에도 투입됐다. 미군은 B-52를 오는 2040년대까지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미 공군 소속 B-52 전략폭격기 한 대가 추락해 폭발한 가운데 사고 지점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미 공군 소속 B-52 전략폭격기 한 대가 추락해 폭발한 가운데 사고 지점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B-52 전략폭격기 1대가 이륙 직후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하며 탑승자 8명 전원이 사망했다. 마침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양측 모두 서명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그간 이란이 봉쇄해 온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는 지난 2월28일 미국의 이란 공격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원상복구일 뿐이다. 미국 진보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진영마저 ‘대체 전쟁을 통해 미국이 얻은 게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지경이다. 오랫동안 ‘하늘의 자존심’으로 불려 온 B-52의 추락이 미국 국력의 쇠퇴를 상징하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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