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과 대만을 방문한 가운데 일본은 찾지 않자 일본 내 인공지능(AI) 업계가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젠슨 황이 일본에 방문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재팬 패싱’이라고 표현하며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AI 혁명에서 일본이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월 26일 대만을 방문해 TSMC·폭스콘 등 현지 기업 경영진과 잇달아 회동한 황 CEO는 이달 5일 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같은 날 저녁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후 SKT T1 선수단 면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 예능 프로그램 촬영,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만남 등 3박 4일간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반면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일본은 빠졌다.
이에 대해 신문은 황 CEO가 한국의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을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닌 ‘파트너’로 예우하며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앤트로픽, 팔란티어 등 미국 유력 AI 기업들이 일본을 찾았지만, 개발 파트너가 아닌 단순 고객사로 대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일본은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신에츠화합 등 반도체 제조 장비나 소재 분야에서 강점인 기업이 있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점이 한국·대만과의 차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한국 SK 그룹과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LG그룹, 현대차 등과도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미디어텍·TSMC와 공동 개발한 AI PC용 칩 ‘N1 X’을 발표해 끈끈한 동맹을 보였다.
특히 신문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만한 기업이 일본 내에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신문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 산업계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엔비디아 칩을 대량 구매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투자 규모 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일본 AI 산업의 성적표는 엔비디아가 2026년 3월 개최했던 ‘엔비디아 GTC 2026’에서도 확인된다. 황 CEO는 해당 행사에서 AI 시대를 이끌어갈 ‘AI 네이티브 기업’ 103곳을 공개했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유명 기업이 포함된 명단에서 일본 기업은 찾을 수 없었다.
신문은 “황 CEO가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갈 정도로 매력적인 기업이 일본에 얼마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AI 혁명 시대에 일본이 엔비디아와 같은 선도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과 국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국민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닛케이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게재한 해당 기사의 댓글에는 “이 기사는 ‘한국·대만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지 ‘일본이 밖에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산업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지만, “황 CEO가 일본을 스쳐 지나간 것은 국내 AI 산업 지도의 문제다”고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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