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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몸값 두배 브라질 상대로 어떻게 무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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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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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이 모로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브라질 1강’ 구도를 흔들었다.

 

브라질은 14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C조 1차전에서 ‘아프리카 강호’ 모로코와 1-1로 비겼다.

 

당초 이 경기는 브라질의 우세가 점쳐졌다.

전반 21분 이스마엘 사이바리가 선제골을 뽑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뉴욕=AFP연합
전반 21분 이스마엘 사이바리가 선제골을 뽑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뉴욕=AFP연합

FIFA 랭킹에서 브라질이 6위, 모로코가 7위로 브라질이 한 단계 앞서고, 축구 이적 시장 가치를 분석하는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으로도 브라질 선수단 몸값이 모로코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모로코의 탄탄한 조직력이 브라질의 개인기를 상대로 값진 무승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반, 모로코의 ‘선제 펀치’

 

브라질은 특유의 높은 점유율과 개인기를 앞세워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고, 모로코는 촘촘한 수비 블록으로 라인을 약간 내린 채 안정적인 수비에 집중했다.

 

먼저 균형을 깬 쪽은 모로코였다.

 

먼저 균형을 깬 쪽은 모로코였다. 전반 21분 이스마엘 사이바리가 전방으로 올라선 브라질의 뒷공간을 순식간에 파고들었고,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받아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원터치 로빙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모로코 팬들이 이스마엘 사이바리의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 뉴욕=AP연합
모로코 팬들이 이스마엘 사이바리의 선제골에 환호하고 있다. 뉴욕=AP연합

브라질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왼쪽 측면에서 특유의 드리블로 모로코 우측 수비를 무너뜨린 뒤, 페널티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모로코 골문 오른쪽 상단을 겨냥한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브라질은 역전을 노리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의 연이은 선방에 막혀 추가골을 뽑지 못했다.

 

특히 종아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에이스 네이마르가 명단에서 빠진 탓에 세트피스와 중앙에서의 결정적인 키패스가 예전만큼 날카롭지 못한 모습이었다.

 

◆수치가 보여준 ‘공격 vs 조직’

 

경기 지표는 전반적으로 비등했다.

 

볼 점유율은 브라질이 51%, 모로코가 49%로 큰 차이가 없었다.

 

슈팅 수에서도 모로코가 14개, 브라질이 13개로 근소하게 앞섰고, 기대 득점(xG) 역시 모로코가 1.52, 브라질이 1.27로 모로코가 다소 우위를 점했다.

 

브라질은 다양한 전술과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지속적인 압박 공격을 펼쳤다.

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가 동점골을 만들고 동료와 함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뉴욕=AP연합
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가 동점골을 만들고 동료와 함께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뉴욕=AP연합

반면 모로코는 브라질 수비 라인이 정돈되지 않은 순간을 노려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더 날카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실점 장면에서도 드러났듯 브라질의 구조적 약점은 높은 수비 라인에 있었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 압박을 강화한 대신, 그만큼 넓게 열린 뒷공간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모로코는 라인을 쉽게 올리지 않고 브라질의 실수를 기다리며, 노출된 뒷공간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일관된 플랜을 유지했다.

 

여기에 브라질의 중거리 슈팅과 박스 안 결정적 기회를 여러 차례 막아낸 골키퍼의 선방도 값진 무승부를 이끈 핵심 요인이 됐다.

 

◆‘브라질 1강’ 공식을 흔든 한 경기

 

이 무승부로 C조 판도는 마지막 경기까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브라질이 조별리그를 무난히 1위로 통과해 토너먼트 대진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던 시나리오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모로코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거둔 4강 신화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브라질 입장에선 경기 자체를 지배하고도 승점 3점을 놓친 아쉬운 결과다.

 

비니시우스의 개인기와 측면 돌파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네이마르 공백 속에서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해 줄 플레이메이커 부재가 재차 드러났다.

 

모로코는 상대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꾸지 않는 팀이라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상대가 누구든 라인을 쉽게 올리지 않고 먼저 수비 조직부터 갖춘 뒤, 역습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브라질을 상대로도 이 원칙을 고수했고, 그 결과가 우승 후보의 발목을 잡는 무승부로 이어졌다.

 

◆48개국 시대, ‘약팀’은 사라졌다

 

브라질-모로코전은 48개국 체제가 ‘약팀만 늘어난 대회’라는 편견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전통적 강호 브라질이 여전히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지만, 한 차례 월드컵 4강을 경험한 모로코는 더 이상 언더독으로만 보기 어려운 전력을 갖추고 있다.

 

출전국이 늘어난 만큼 대륙·리그별 스타일도 다양해졌고, 빅네임 스타가 많지 않더라도 조직력과 전환 속도, 세트피스 완성도로 강호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됐다.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번의 역습, 단 한 번의 실수가 시즌 전체 서사를 뒤집을 수 있다.

 

이 한 경기 무승부만으로도 브라질의 16강 이후 대진과 컨디션 관리 전략, 모로코의 ‘다크호스’ 서사는 모두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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