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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사력 5위”의 함정…북한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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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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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 논란 GFP, 안보 기준 될 수 있나
군비 경쟁 부르는 남북 안보 딜레마
아군은 불리하게, 적군은 유리하게

“객관적으로 대한민국의 군사력 수준은 세계 군사 5위, 군사력 5위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31위인가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와 관련한 언급을 하면서 남긴 말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육군 제11기동사단 철마대대 장병들이 주둔지 주변에 나타난 거수자를 수색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제11기동사단 철마대대 장병들이 주둔지 주변에 나타난 거수자를 수색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 위협이 갈수록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군사력 세계 5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강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글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공신력 확인 안된 자료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강한 군사력을 지녔다는 것에 대한 근거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만든 자료다.

 

GFP의 2026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은 145개국 중 5위였으며, 2024년부터 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GFP는 2005년부터 병력 규모, 국방 예산, 무기 보유량 등 60여 개의 지표를 종합해 군사력을 평가하고 있다.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해군 대형수송함 마라도함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하지만 GFP 자료가 정부의 공식 문건이나 학계의 주요 저서에 인용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해당 조직에 대한 정보가 없고, 실제 연구원이 있는지, 연구원의 학위나 논문 게재 여부, 인용 자료의 출처 등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GFP의 면책 조항에는 ‘어떤 정부 기관이라 산업 관련 조직의 보증을 받지 않는다’ ‘웹사이트의 정보는 오락적 목적, 역사적 고증 또는 일반적 수준의 참고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육군 2기갑여단 전술훈련에서 K-1A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2기갑여단 전술훈련에서 K-1A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순위는 유튜버나 블로거 등이 좋아할 만한 컨텐츠다. 누구나 친구들과 한 번쯤 ‘미국이 더 셀까, 중국이 더 셀까’하며 입씨름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안성맞춤인 컨텐츠다.

 

문제는 이것이 공신력있는 자료인 것처럼 곳곳에서 인용된다는 점이다.

 

GFP는 핵무기는 물론 사이버·전자전·드론 등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비대칭 전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구식 장비와 최신 장비를 동등하게 계산하기도 한다.

 

육군 2기갑여단 비호복합이 표적기를 향해 30㎜ 대공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2기갑여단 비호복합이 표적기를 향해 30㎜ 대공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GFP 순위가 유사시 전쟁의 승패를 맞추지도 못한다. 대표적 사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GFP 기준으로 러시아의 군사력은 2위다. 우크라이나는 20위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제압하지 못한 채 4년 넘게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군사력을 평가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추정과 수치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같은 계산 결과가 아군 및 적군의 유사시 움직임과 그 결과에 대한 수학적 답을 제시하진 못한다.

 

부정확한 GFP 자료를 근거로 ‘한국은 자체 방위가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민관군 통합피해복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군 제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민관군 통합피해복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안보 딜레마’ 빠질 위험

 

‘군사력 세계 5위’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뜻하지 않은 ‘나비 효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한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 등을 실시하면,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이 덜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이같은 패턴은 계속 반복되고,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모든 나라들의 안보는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국제정치학에선 이같은 현상을 ‘안보 딜레마’로 정의한다.

 

국가들은 타국의 의도를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여기에 공격용 무기와 방어용 무기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결합하면, 특정 국가의 방어적 군비증강을 주변국들은 공격적 행동으로 해석하고 군사력 강화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군 수뇌부는 자국의 행동은 방어적으로, 타국의 행동은 공격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상대국의 적대적 행동은 공격적 성향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공군 F-35A 전투기가 ‘2026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에 참가, 이륙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F-35A 전투기가 ‘2026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에 참가, 이륙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모든 국가들이 군비증강을 하면, 군사력은 상향 평준화를 이룬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을 소모하면서도 안보위협은 감소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군사적 긴장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군비증강을 멈추지 못하고, 군사력을 계속 강화했는데도 군사력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1897∼1914년 영국과 독일 사이에 벌어진 해군력 경쟁이다. 독일이 급속하게 해군력을 증강하자, 이를 위기로 인식한 영국이 전함 건조 경쟁에 뛰어들면서 양국 간 소모적인 건함 경쟁이 벌어졌다. 

 

육군 22보병사단 율곡포병여단 K-9A1 포대가 포병사격 훈련에서 단독 동시탄착(TOT) 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육군 22보병사단 율곡포병여단 K-9A1 포대가 포병사격 훈련에서 단독 동시탄착(TOT) 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한반도에서도 이같은 ‘안보 딜레마’는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남북은 서로의 군비 증강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안보불안을 해소하진 못했다.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는데 골몰해 있다.

 

전자전과 자폭드론 개발을 추진하고, 탄도미사일에 집속탄을 탑재해 특정 지역을 초토화하며, 대형 구축함에 순항·탄도미사일을 장착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정일 체제에서 과시 차원의 전략적 억제에 치중했던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선 유사시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군사력 세계 5위’라고 자신감을 드러낸다면, 북한은 이를 위협으로 해석하고 군비증강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력 강화에 나선다. 이러한 패턴은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이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관련이 있다. 일각에선 한국군 현대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했는데, 왜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하지 못하느냐고 지적한다.

 

‘안보 딜레마’ 개념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군 현대화에 자극받아 핵·미사일과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게 된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으므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일부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구비는 여전히 미흡하게 된다.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도 충족되지 못한다.

 

‘군사력 세계 5위’라는 말이 국뽕을 충족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육군 32사단 특수임무대원들이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지하공동구 폭발 및 화재 등 국가중요시설 통합 방호훈련에서 지하공동구 투입에 앞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육군 32사단 특수임무대원들이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지하공동구 폭발 및 화재 등 국가중요시설 통합 방호훈련에서 지하공동구 투입에 앞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군은 불리, 적군은 유리하게 봐야

 

‘한국은 군사력 5위, 북한은 31위’라는 언급처럼 아군을 유리하게, 적군을 불리하게 바라보는 것도 위험하다.

 

이같은 특징은 정보 분석에 흔히 등장하는 ‘거울 이미지 오류’라는 개념에 부합한다.

 

분석가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믿음을 특정 이슈에 투영하면, 데이터를 자신의 시각에 끼워 맞추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군을 유리하게, 적군은 불리하게 간주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군사력을 바라보는 낙관적 견해는 뜻하지 않는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집트는 전략적 차원의 기습을 감행했다.

 

아군을 불리하게 평가하는 것은 실전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군대가 보유한 장비가 유사시 100% 투입될 수 있다고 작전계획을 짜는 것은 현실성 없는 낙관적 시각이다.

 

실제로는 정비·보급·지휘 등의 문제로 실전 투입이 불가능한 장비들이 있다. 따라서 군사력 평가에선 이같은 부분을 감안해서 아군을 불리하게 평가해야 한다. 

 

공군 KF-16 전투기가 ‘2026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에 참가, 이륙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KF-16 전투기가 ‘2026 소링 이글(Soaring Eagle)’ 훈련에 참가, 이륙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물론 적군을 유리하게 평가하는 것이 과도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적군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군사적 자신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국민에게 통쾌함을 주는 ‘사이다’가 될 순 있다.

 

하지만 아군을 유리하게 보고 적군을 불리하게 바라본다면, 실제 방위력은 약화될 위험이 있다. 군사력 평가는 보다 신중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유사시 안보 문제를 빈틈없이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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