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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보다 무서운 중국의 정보전…표적은 퇴역 조종사였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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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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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보다 무서운 유혹…중국은 왜 조종사를 노렸나
F-35·전자전 경험까지…해킹으로 못 얻는 정보
퇴역 뒤가 더 위험하다…한국 공군도 경고등

지난 2월 어느 날, 미국 인디애나주 제퍼슨빌. 오하이오강을 끼고 있는 이 작은 도시에 미국 연방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찾은 사람은 65세의 전직 미 공군 소령 제럴드 에디 브라운 주니어. 연방요원들은 최근 중국에서 돌아온 브라운을 체포했다.

미 공군 F-35A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요원들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공군 F-35A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요원들이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법무부는 지난 2월 25일 무기수출통제법(AECA)을 위반하고 승인 없이 중국군 조종사들에게 전투기 조종 훈련을 제공한 혐의로 브라운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네트워크 정보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경험과 전문성이 중국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美 베테랑은 왜 중국에 협력했을까

 

브라운은 미 공군에서 24년 이상 복무하고 1996년 소령으로 전역한 베테랑이었다. 복무 기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긍정적 평가와 이력이 흔들린 것은 민간 분야로 진출한 직후였다.

 

미 법무부 자료와 형사고발장 등에 따르면, 브라운은 상업 화물기 회사인 UPS 조종사였던 2016년 비행 중 조종실에서 신체적 충돌을 일으켜 2017년 1월 해고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018년 9월 FAA 조종사 면허를 취소했다.

 

브라운은 2020년 델라웨어 리소스 그룹(DRG)의 계약 시뮬레이터 교관 조종사로 오산 주한 미 공군기지에서 교육을 했다. 하지만 2022년 4월 ‘적대적 근무환경 조성’을 이유로 해고됐다. 

 

브라운은 록히드 마틴에 F-35 계약 시뮬레이터 교관으로 재취업했지만, DRG 해고 사유를 알게 된 록히드 마틴은 ‘비밀 취급 인가 불능’을 이유로 2023년 11월 28일 브라운을 해고했다.

미 공군 조종사가 A-10 공격기에서 내리고 있다. 공군제공
미 공군 조종사가 A-10 공격기에서 내리고 있다. 공군제공

해고된 다음날, 브라운은 시카고에 있는 중국 영사관에 갔다. 중국 방문 비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브라운은 해고 전인 2023년 8월부터 중국행에 관심을 보였다.

 

브라운은 익명의 공범을 통해 중국군 조종사 훈련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확보한 브라운과 익명의 공범이 주고받은 암호화 앱 메시지에 따르면, 공범은 스티븐 수빈이라는 중국 국적자와 협상했다.

 

수빈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서 미국 방위산업체 컴퓨터 네트워크를 해킹하고 중국을 위해 민감한 군사 및 수출 통제 데이터를 빼돌린 혐의로 유죄를 인정, 약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23년 10월 3일 브라운은 공범에게 이력서를 보냈다. 이력서에서 브라운은 자신의 목표를 ‘전투기 조종사 교관’이라고 적었다.

중국 공군 조종사가 지상요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J-20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공군 조종사가 지상요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J-20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같은해 12월, 브라운은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공군 조종사 훈련 업무를 시작했다.

 

도착 첫날 브라운은 미 공군에 대한 질문에 3시간 동안 답변했고, 둘째 날에는 중국 공군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미 당국이 최근에 법원에 추가로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브라운이 2024년 7~8월 베이징 군사 컨퍼런스에서 미 공군 구조, 전자전 역사, F-35 관련 브리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해 5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오산 주한 미 공군기지 인근에서 미 공군 장교를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에 돌아왔는데, 중국 정보관이 그의 전자기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내부 자료를 모두 다운로드했다는 혐의도 있다.

 

브라운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동기로는 비행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거듭된 사회적 실패가 꼽힌다.

 

브라운은 공범과의 메시지에서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건 빠르게 비행하고 G를 당기는 것뿐”이라고 썼다. 영화 ‘탑건 매버릭’을 보고 “비행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슬펐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죽을 것 같았어!!!” 라고도 했다.

체코 공군 조종사가 그리펜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 이륙 대기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체코 공군 조종사가 그리펜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 이륙 대기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8년 FAA 면허 취소 이후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비행할 수 없었고, 여러 차례 해고를 당했던 상황에서 중국행은 사실상 마지막 비행 기회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동기도 있다. 브라운이 제시받은 초기 조건은 기본급 월 1만3000달러였으나 수빈과 직접 협상 후 월 1만8000달러로 인상됐다. 이사비 1만5000달러 및 연간 여행 수당 3만6000달러가 추가됐다.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콘도 매각 후 아시아에서 영원히 지낼 거야”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중국행이 단순한 취업이 아닌, 아시아 정착이라는 인생 계획의 일부였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조종사 표적 삼은 중국 의도는

 

미 법무부는 브라운에 대한 혐의가 2017년 9월 워싱턴에서 전 미 해병대 조종사 대니얼 에드먼드 더건에게 제기된 유사한 혐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를 조종했던 더건은 13년간 복무하했다. 항공모함 이착륙과 관련된 전술, 기술 및 절차를 중국군 조종사들에게 훈련시킨 혐의를 받는다.

미 공군 지상요원들이 F-16 전투기 탑재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살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공군 지상요원들이 F-16 전투기 탑재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살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더건은 2022년 10월 호주에서 체포되었으며 현재 미국으로의 송환이 진행 중이다.

 

브라운과 더건의 사례처럼 서방 조종사가 중국 공군 훈련을 돕는 또다른 통로로는 남아프리카 시험비행학교(TFASA)가 지목된다.

 

미 법무부는 TFASA를 “중국군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항공 전문성과 기술을 직접 이전하는 파이프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TFASA는 지난 2013~2019년 중국 공군에 전투기 무기 교관 과정(FWIC)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훈련 장소도 중국 공군기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과정은 미 해군 ‘탑건’과 유사하다. 고난도 실전적 비행 훈련과 무기체계 및 전술 학습이 진행된다.

영국 공군 조종사가 F-35B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 개인 장구류를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공군 조종사가 F-35B 전투기 조종석에 탑승, 개인 장구류를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같은 의혹을 받는 TFASA에는 서방 군 출신 조종사 다수가 관여했다. 영국 육·해·공군 출신 조종사 약 30명이 영국 공군 조종사 급여의 4배 이상을 받고 훈련을 도왔으며, 독일 조종사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

 

중국이 서방 조종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조종사들이 현역 시절 익힌 지식의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종사의 머릿속에 있는 비공식적 전술 습관과 의사결정 패턴 등은 전자전이나 도청, 해킹, 위성정찰로는 파악할 수 없다. 이들 정보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조종사를 확보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나토 방식의 공중전은 옛소련식 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은 미국·나토 스타일 공중전 전술과 기술을 익힌 한국, 대만, 태국, 필리핀 등과 인접해 있다. 나토 스타일의 공중전 전술과 공군 작전 구조 등에 대한 정보 확보가 절실하다.

중국 공군 J-16 전폭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공군 J-16 전폭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항공모함 이착함 절차는 수십 년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이같은 경험과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려면, 해당 조직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이 직접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브라운이 중국 측에서 받은 연봉은 25만 달러로 추정되며, 더건 사건에서 지불된 금액은 약 6만 달러에 불과했다. 서방의 첨단 전투기 운용 교리를 파악하는 대가로서는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한·미 공군 조종사들이 전술토의를 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한·미 공군 조종사들이 전술토의를 하고 있다. 공군 제공

◆한국도 경각심 가져야

 

브라운 사건과 더건 사건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인접국이다. 그만큼 다양한 단위에서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한국은 F-35A 운용국으로서 정기적으로 미국과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한국 공군 차원의 전술·기술·절차(TTP) 외에도 미 공군의 교리까지 함께 익힌다.

한국 공군 F-16D 전투기 조종사들이 지상요원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 F-16D 전투기 조종사들이 지상요원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숙련된 조종사들이 공군을 떠나는 일이 지속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브라운 사건처럼 인맥과 높은 보수가 포함된 비공식 접촉에 의한 정보 접근 시도는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퇴역한 공군 조종사가 외국군의 시뮬레이터 교관 등을 맡으면 한국과 미국의 전술·기술·절차(TTP) 등이 함께 이전될 위험이 있다.

 

이같은 위험을 방지하려면 공군 조종사가 퇴역 후 재취업을 할 때, 외국군 시뮬레이터 교관이나 자문 컨설팅 등의 활동은 사전 신고와 법적 검토를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가 지상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가 지상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자전, F-35A, 한·미 연합작전 등의 분야를 경험한 사람들에 대해선 보다 철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방첩 활동과 더불어 우방국과의 공조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브라운 사건의 경우 해당 사건에 관여한 공범이 에콰도르 출신이었다. 따라서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감시 강화는 필수적이다.

 

공군 인력 유출을 줄이기 위한 보상 체계 및 근무 환경 개선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퇴역한 조종사가 지닌 전문성이 제3국에 통제되지 않은 형태로 흘러들어가는 일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공군 조종사의 경력과 전문성 등을 유지·발전시키면서 불의의 사건을 막는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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