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사태 채팅방 5일 개설
분노 26%·불신 24% 과반 차지해
6일엔 현장 ‘축제’ 묘사… 희망 커져
7일 ‘부정선거’ 갈등에 ‘공포감’ 생겨
시위 첫 주말 평소보다 인원 두배로
강남구민 8.6% 1위… 관악·광진 順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봉쇄 시위에 시민을 참여하게 만든 도화선이었던 ‘분노’는 잠실 올림픽공원에 집결하기 시작하자 연대와 결집(結集)이라는 행동의 언어로 전환됐다. 그러나 집회가 진행될수록 불안과 공포의 감정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점점 많이 등장했다. ‘재선거’와 ‘부정선거’를 둘러싼 구호 논쟁 등으로 내부 분열이 폭발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올림픽공원 집회가 사흘째 이어진 7일엔 불안·공포(23%)의 표현이 연대·결집(46%) 표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익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세계일보는 인공지능(AI) ‘클로드’를 이용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모인 익명 대화방에서 5일부터 전날 오후 8시까지 오간 메시지 2만9625건의 감정패턴의 변화를 분석했다. 5∼7일 동안 대화방에서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연대·결집이었다. 두번째 감정은 집회의 진행 양상에 따라 5일 분노(20%)→희망·결의(25%)→불안·공포(23%)로 변화를 보였다.
◆2030 중심 시민 모이며 싹튼 ‘희망’
대화방이 개설된 직후인 5일 오전부터 약 12시간 동안은 분노(26.1%)와 불신(23.5%)이 전체 감정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너무 분통해서 일이 안 잡혀요 지금”, “저 정치적 발언 삼가는 편인데 속에서 화가 치미네요”, “진짜 우리 엄마들만 이렇게 열폭하는건가요 왜 이 심각한 상황에 아무도 분노하지 않죠?”라는 분노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같은 날 저녁에는 “무작위 분노 표출은 무의미하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가야 한다”며 집회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시위가 본격화한 이날 오후 9시 올림픽공원이 위치한 송파구 오륜동에 3만1664명(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이 모이자 분노·불신의 감정이 연대·결집으로 바뀌며 지배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았다.
6일 낮에는 집회 현장을 ‘축제’로 묘사하며 희망의 감정이 싹텄다. “현장 분위기 너무나 성숙하고 질서정연하다”, “집회 아니고 소풍 피크닉 분위기”, “2030 청년들이 있어 희망이 보인다” 등의 메시지에서 이런 감정이 드러난다. 잠실 개표소 봉쇄시위가 첫 주말을 맞아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 평소 2배 인원이 밀집한 날이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일 오후 9시 기준 오륜동에는 5만858명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에 참석한 인원 영향으로 지난달 평균 인원(2만4056명)과 비교해 2배 넘게 많은 수준이다.
시위 참석인원을 분석해보면 생활인구인 송파·강동구민을 제외하고 서울에서는 강남구민(8.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관악구(8.3%), 광진구(6.7%) 순으로 많았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는 KT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지역의 인구를 추산한다. 휴대전화 소지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거주지를 분석하고 성별, 나이를 파악한다.
◆인원 감소·내부 갈등에 ‘불안’ 커져
불안·공포의 감정은 13%→16%→23%로 3일 내내 오른 유일한 감정이다.
5일 불안을 초래한 원인은 정보 차단과 고립감이었다. “뉴스며 언론이며 조용하고 ‘스레드’(사회관계망서비스)에만 글이 잔뜩”, “언론이 조용한 게 가장 무섭다” 등 진실이 묻힐 것 같다는 두려움이 지배적이었다.
올림픽공원에 시민이 모이고 경찰 기동대도 투입되면서 6일엔 신체 안전에 대한 불안이 더해졌다. 밤이 늦으며 집회 인원이 줄어들자 “새벽에 인원이 빠지니 바로 경찰이 투입됐다” 등 집회 유지에 대한 불안감도 늘어났다.
7일에는 내부 갈등이 심화되며 집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최고점을 찍었다. “부정선거”라는 구호를 외치고자 하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참가자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 날이다. “부정선거 얘기 자꾸 하시면 강퇴당한다” “부정선거 외치면 하나됨 상실”이라는 목소리와 “누가 부정선거 구호 통제하나”라는 반발이 대립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기준 오륜동에 모인 인원은 3만9364명으로 전날 대비 22.6%(1만1494명)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카톡방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변질돼 흐지부지되는지 봐왔다”, “정부가 그냥 무시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차주 평일이 걱정된다” 등의 불안이 담긴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역설적으로 같은 날 연대·결집(46%) 표현도 가장 높아졌다.
이후 결국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던 이 대화방은 관리자만 말할 수 있도록 채팅 기능이 차단됐고 8일 낮 12시 ‘공지방’으로 공식 전환됐다. 10일부턴 “각자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며 서로를 향한 비난은 삼가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공지됐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방은 별도 개설됐는데, 11일 오후 4시 기준 이 채팅방 참여자는 520여명으로 공지방 참여자(2270여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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