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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양자협력에 힘실은 시진핑…비핵화 배제하고 다극화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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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법·군대 교류 등 새 목표 제시하며 北과 관계 격상 주력
美 겨냥하며 반패권 연대 강화 주문…북중러 세력 확장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다극화'와 북중러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국가 간 '전략적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 북중 회담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됐던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사실상 배제하면서 새로운 양자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정상 국가'를 표방하는 북한과의 관계를 격상하는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미·러 정상 만난 뒤 북한행…반패권 연대 의지 전면에

이번 북중 회담은 개최 전부터 그 시기와 형식의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각별한 예우와 신뢰들 드러내며 밀착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선명하게 읽혔다.

시 주석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진행한 미중·중러 정상회담 직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만나며 주요국 외교의 연장선에 북한을 올려뒀고, 앞서 미러 정상이 중국을 찾은 것과 반대로 시 주석이 2019년 이후 발길을 끊었던 평양을 직접 찾는 형식을 택했다.

시 주석이 본격적인 방북에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공개한 기고문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됐다.

그는 북중 대화의 단골 의제였던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채 반패권 연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 주석은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를 배격하고, 군국주의 부활과 지역 안보 협정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와 행위에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질서 있는 다극세계 추진'을 거론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 새로운 다극화 세계 질서 구축을 강조해왔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 움직임과 안보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을 낳았다.

◇ 정상회담서 양자관계 집중…'전략적 협력' 제시하며 북중 관계 격상

8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북중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양자 관계에 공을 들이며 북한을 주요 외교 대상으로 격을 높여 대우하는 듯한 뉘앙스를 거듭 풍겼다.

회담 후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중조(중국과 북한) 관계 발전에 대한 4대 의견'을 제시하며 북중 관계를 고위급 교류와 실무 협력, 민간 교류, 전략적 협력의 네 가지 층위로 세분화하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목표를 거론했다.

특히 '외교·법집행·군대 교류'를 북중 간 과제로 처음 언급하며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주문했다.

중국이 그간 러시아 등 우방 국가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에서 '외교·국방'(2+2)과 '외교·국방·법 집행'(3+3)의 정부 간 프레임을 활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북한과의 교류를 공식 국가 간 왕래의 형태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회담 발언에서 한반도를 의미하는 '조선반도'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양국 관계가 전통적 혈맹을 주된 담론으로 하는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반패권 연대를 통해 북한을 그 안에 포함하겠다는 의미"라며 '전략적 협력'이라는 중국 측 표현에 주목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보다는 북중러의 반패권 연대의 외연을 넓히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바꾸려는 취지"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시 주석은 회담과 연회 현장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지지와 친밀감을 여러 차례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7년 만에 다시 아름다운 평양을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고 특별히 친근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같은 날 열린 연회에서도 "중조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 비핵화 빠진 자리에 양국 경제협력…통상구 재개통 주목

전문가들은 이번 북중회담의 최대 함의로 양국 공식 대화에서 '비핵화' 의제가 배제됐다는 점을 꼽았다.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후 발표문에 따르면 비핵화 표현은 북중 정상 어느 쪽 발언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2019년 첫 방북 당시 "조선 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며 개입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공개적인 비핵화 압박 대신 핵 보유를 묵인·방조하는 쪽으로 선회하며 북한이 앞서 천명한 '불가역적 핵보유국'을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핵을 가진 국가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하고 이익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묵인에 가까운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공개한 자료에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대신 국경 통상구 재개통을 비롯해 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보건 등 각 분야에서의 협력과 국경 재개방 등 경제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강준영 교수는 "북중 접경에는 약 10곳 정도의 경제 통상구가 있고,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실상 폐쇄돼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이걸 전면 재개방해 경제나 관광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이는 북한이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경제 지원 부분의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경 통상구 재개통은 두만강 출해권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 교수는 "두만강 출해권의 핵심은 중국의 군함이 동해로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해 군사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라며 "이 경우 동해 지역에서 북중러 3국 연합 훈련도 가능해져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안보 위협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현 교수는 "통상구로 지정된 곳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것은 중국 국경 활성화를 의미하고, 이것은 대북 제재를 이탈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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