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복 뒤 첫 끼…점심 혈당 반응에도 영향
요거트·달걀·견과류…바쁜 아침 공복 끊기부터
“커피 한 잔으로 버텼는데…”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사무실. 커피를 한 잔 내려 책상에 앉는다.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아침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빈속에 커피만 마신 채 점심시간을 맞는 날이 반복된다.
9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1세 이상 국민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35.3%였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아침을 거르는 셈이다. 19~29세는 62.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아침을 거른 채 점심을 맞으면 허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공복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사 속도가 빨라지고,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커피로 버틴 오전, ‘점심 혈당’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곧바로 몸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바쁜 날 한 끼를 건너뛰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빈속으로 오전을 버틴 뒤 점심에 덮밥, 면류, 찌개와 공깃밥처럼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음식을 빠르게 먹는 습관이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식후 혈당 반응이 더 커질 수 있다.
영양학에서는 ‘두 번째 식사 효과(Second Meal Effect)’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한 끼를 어떻게 먹었는지가 몇 시간 뒤 다음 식사 후 혈당 반응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아침을 거른 채 점심을 먹으면 혈당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지만,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챙기면 이런 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영양학회지(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연구에서는 건강한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아침을 먹은 날과 거른 날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같은 점심을 먹더라도 아침을 거른 경우 식후 혈당이 더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 연구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았고 대상도 건강한 젊은 남성에 집중돼 있어서다. 그렇지만 아침을 거른 상태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살펴봤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만한 결과로 평가된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만 되면 유난히 졸음이 몰려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수면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아침을 거른 채 오랜 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다가 점심을 한꺼번에 먹는 습관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벽한 밥상보다 ‘공복 끊기’가 먼저
아침마다 상을 차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부족한 날이 많다. 요거트 몇 숟가락이든 삶은 달걀 하나든, 공복을 너무 오래 이어가지 않는 게 먼저다.
최근 유튜브 채널 ‘닥터딩요’에 출연한 정재훈 약사는 자신이 챙겨 먹는 아침 식단으로 그릭요거트와 올리브유, 커피를 소개했다. 아침을 거른 채 점심까지 버티기보다 간단하게라도 공복을 끊는 편이 낫다는 취지다. 특정 식단을 권하는 것이라기보다 바쁜 아침에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사례에 가깝다.
플레인 그릭요거트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쉽고 먹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빵이나 달달한 커피만으로 아침을 시작할 때보다 포만감이 오래가고, 점심 폭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제품을 고를 때는 성분표를 한 번쯤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과일 맛이나 꿀이 들어간 제품 가운데는 생각보다 당류 함량이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혈당 관리가 목적이라면 플레인 제품을 선택하고, 단맛이 아쉽다면 과일을 조금 곁들여 먹는 방법도 있다.
아침 식사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삶은 달걀 하나나 견과류 한 줌 정도만 챙겨도 공복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쁜 출근길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올리브유보다 중요한 건 ‘먹는 방식’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원이다. 요거트나 채소, 달걀과 함께 소량 곁들이면 포만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빈속에 기름만 한 숟가락 삼키는 방식이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위장이 예민한 사람은 더부룩함이나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억지로 삼키기보다, 요거트에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삶은 달걀·채소와 함께 먹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침마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꾸준히 챙겨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찾는 편이 낫다.
◆빈속 커피 부담, 한 끼 먼저 챙기면 달라진다
커피도 무조건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 아침 커피는 장운동을 돕고,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가 된다.
문제는 빈속에 커피만 들이켜는 습관이다. 공복에 카페인을 마신 뒤 속쓰림이 심해지거나, 가슴이 빨리 뛰고 손끝이 떨린다면 몸의 반응을 지나치지 않는 게 좋다.
이럴 때는 커피를 끊기보다 순서를 바꿔볼 수 있다. 요거트 몇 숟가락, 삶은 달걀 하나, 견과류 몇 알을 먼저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식이다. 커피가 하루의 첫 음식이 되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위장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침마다 밥과 국을 챙겨 먹지 못한다고 해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빈속에 커피만 마시고 점심까지 버티기보다 요거트나 삶은 달걀처럼 간단한 음식으로 공복을 끊는 습관부터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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