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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골프 한번 치기 무섭다는데”…5000원 ‘파크골프’의 역습 [권준영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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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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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과 5000원이 만든 골프 시장 재편…승자는 누구?
초고령사회가 키운 신흥 스포츠…파크골프가 뒤흔드는 K-골프 지형도
필드·스크린·파크 ‘3분할’ 골프산업…‘비용’ 대신 ‘접근성’이 시장 주도
“이용료 5000원. 그런데 예약이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 명문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었다. 주말 라운딩 한 번을 위해 수십만원을 지불하고도 티타임을 기다려야 했고, 예약 경쟁은 한국 골프 산업의 과열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 같은 풍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 생활권 공원과 하천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이다. 이용료는 수천 원에 불과하지만 예약은 쉽지 않다. 한때 고가 골프장이 독점했던 ‘예약 전쟁’이 이제는 파크골프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파크골프의 부상은 단순한 특정 종목의 인기를 넘어 한국 골프 산업 전체의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 골프 시장은 하나의 단일 산업이라기보다 소비 방식과 가격에 따라 복수의 시장으로 분화되고 있다. 고비용 필드 골프, 도심형 스크린 골프, 해외 소비 이동 시장, 생활형 파크골프가 서로 다른 축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골프’라는 동일한 이름 아래 서로 다른 경제권이 병존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시장 분화의 배경에는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는 최근 파크골프 성장세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2025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50만~10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21% 수준에 이르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35년에는 약 30%, 2050년에는 약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레저 소비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경쟁과 이동 부담이 큰 활동보다 접근성이 높고 비용 부담이 적은 생활형 스포츠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는 추세다. 파크골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비용 필드부터 생활형 파크까지…‘3분할’된 경제권

 

고령화와 소비 패턴 변화 속에 한국 골프 시장은 서로 다른 세 개의 경제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장 먼저 상위 소득층 중심으로 재편된 영역은 필드 골프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대중형 골프장의 이용료(그린피·카트비·캐디피 포함)는 주중 22만9000원, 주말 27만3000원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이용료도 주중 28만2000원, 주말 33만3000원에 달한다. 특히 2020년 대비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이용료는 주중 24.2%, 주말 20.2% 상승했고, 대중형 골프장 역시 주중 28.3%, 주말 20.2% 오르며 비용 부담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연간 비용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일반 골퍼는 약 300만~500만원 수준이지만, 라운딩 빈도가 높은 이용자는 1000만~1500만원, 상위 헤비 골퍼는 2000만원 이상까지 지출이 늘어난다. 이처럼 필드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라기보다 비용·시간·접근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제한적 수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스크린골프는 도심형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1회 이용료는 평균 2만~4만원 수준으로, 보통 60~120분 단위의 시간 기반 서비스 형태로 운영된다. 전국 1만여 개 매장을 기반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으며, 필드 골프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일상 레저 수요를 흡수하는 별도의 소비 영역으로 분화되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파크골프 시장이다. 생활권 공원과 하천변을 기반으로 형성된 이 시장은 기존 필드 골프와는 전혀 다른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빠르게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와 지방자치단체 집계, 업계 추산 등을 종합하면 국내 파크골프 이용 인구는 2024~2025년 기준 약 40만~50만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2020년대 초반 4만~5만명 수준에서 출발한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최대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등록 회원 기준으로는 약 18만~25만명, 비등록 동호인을 포함할 경우 40만~60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장기적으로는 1000만명 이상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크골프의 인프라 확장 속도 역시 빠르다. 2020년 약 250개 수준이던 전국 파크골프장은 2022년 약 350개를 거쳐 현재 약 400~500개 수준까지 늘어났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700개 규모까지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국 파크골프장을 약 500개 안팎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부분 지자체가 공원이나 하천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공공 기반 시설이라는 점에서, 파크골프는 민간 중심의 필드 골프 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파크골프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직접 시장 기준 약 1000억원이며 용품과 교육, 부대 소비를 포함한 확장 시장은 약 1500억~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장비 시장만 별도로 보면 약 3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 여력은 크다. 장비 시장은 향후 1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이 약 120만~130만명 규모의 성숙 시장을 형성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초기 확장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1회 50만원 vs 5000원…최대 50배 벌어진 진입 장벽

 

핵심은 종목의 차이가 아니라 가격 체계와 진입 장벽의 격차다. 필드 골프는 1회 기준 약 30만~40만원의 그린피에 부대비용이 더해지며 약 50만원 수준의 고비용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파크골프는 1회 이용료가 1000원~1만원에 불과하며, 일부 시설은 무료로 운영된다. 초기 장비 비용도 10만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두 시장 사이에는 최대 30~50배의 비용 격차가 발생한다.

 

한국의 골프 시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층적으로 분화된 상태다. 고비용 필드 골프는 상위 소비층 중심으로 재편됐고, 스크린골프는 도시형 생활 스포츠로 굳어졌으며, 해외 골프는 국내 수요를 국외로 흡수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가장 낮은 비용과 진입 장벽을 기반으로 새로운 대중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한때 한국 골프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비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1회 50만원이 필요한 시장과 50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시장이 같은 ‘골프’라는 이름 아래 공존하는 시대다. 비용이 진입을 결정하던 시장에서 접근성이 성장을 결정하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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