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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문제 지적 청년 귀하고 존경… 주권 감수성 부족 반성” [李 취임 1주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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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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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참정권 논란

“모범적인 민주국가 망가뜨린 것
부정선거론과는 구분해서 봐야”

지선 결과 두고선 “성공은 아냐”
“野는 창 잘 찌르고 與는 그릇돼야”
당, 與·野 따라 역할 차이도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첨단 대한민국, 모범적 민주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뜨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정권 침해 문제를 향한 청년층의 거센 비판을 두고선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들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에 관한 근본의 문제’라고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선거 후) 한 2∼3일은 저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국민들의 경고”라며 정부·여당의 겸손한 자세를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주권 감수성 부족… 청년들에 감사”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소위 민주주의 발전도가 낮은 국가들이 봐도 ‘투표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 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고 충격일 것”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직격했다.

다만 이번 사태와 선관위를 향한 시민들의 반발을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부정선거론하고 좀 뒤섞여 있긴 한데, 좀 다르다”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걸 끊임없는 선동과 세뇌를 통해서 세력화의 수단으로 삼는 거 하고, ‘우리 대한민국에서 투표를 못 할 수가 있느냐’라는 문제 제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청년층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데 대해선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저도 그 생각을 못 했다. (당시에는) ‘열 몇 명이 투표를 못 했다는데, 투표 결과에 영향도 없고’라고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한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접근을 못 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종의 둔감해졌다 그럴까. 주권 감수성 부족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 반성이 들더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표의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정의한 이 대통령은 “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안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인 점을 설명하고는 “‘이게 혹시 범죄 혐의가 있는 거 아닐까’해서 최소한 진상은 밝혀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고발도 들어오고 했으니까 수사를 해보라고,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수사를) 빨리하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지선 결과, 최소한 성공은 아니야”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석 중 12석을 차지했으나 서울시장 경쟁에선 국민의힘에게 진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선 “이겼냐 졌냐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그런데 이길 것을 졌다거나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문제가 다르다.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원래 선거에서 중립해야 하는데, 표정은 중립이 잘 안됐지만 중립하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이것도 결국 국민들의 경고라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언급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가끔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진다’고 한다”며 “겸손한 자세로 죽을힘을 다하는 것과 다른 마음을 먹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억개의 눈과 귀를 갖고 5000만개의 (입으로) 말하는 거대한 지성체들은 속일 수 없다”며 “다 보고, 듣고 어느 순간 행동한다. 국민들은 역시 무서운 존재”라고도 했다.

질의 응답 지켜보는 참모진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이 대통령과 취재진의 질의 응답을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봉욱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질의 응답 지켜보는 참모진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이 대통령과 취재진의 질의 응답을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봉욱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저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도 있다. ‘열심히 했고, 내가 나쁜 짓 한 것도 아닌데 최소한 버리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며 “그 마음을 다 버리고 마지막 한순간까지, 단 한 명의 주권자까지도 죽을 힘을 다해서, 온 정성을 다해서 설득하겠다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저부터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 대통령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역할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했을 때의 당과 야당이었을 때의 당이 당연히 달라야 된다”며 “야당일 때는 막 공격하면 되지만, 집권했을 때는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다면 야당은 창을 잘 찔러야 하지만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며 “성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색깔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최대한 많이 모아 포용과 통합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끊임없이 같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정치로, 집권했을 때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며 “과격한 표현, 색채 구분, 사상 검열 등이나 이해관계를 갖고 모욕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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