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금융·규제 등 한꺼번에 정리
부동산 상승 압력 나름 잘 막아와
전세 물량 줄어든 건 정상화 과정
신축·재개발 등 공급 정책도 속도”
이재명 대통령의 8일 “사치품화된 (주택에)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세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은 보유세 강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발표될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의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거주용 주택은 보호해야 하고 부담이 너무 커져서는 안 되지만, 사치품화된 주택은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했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은 보호하되 투자·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에 대해서는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치품화된 주택’이 투기성 다주택과 비거주 1주택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실거주 목적이라도 초고가 주택을 포함하는지 여부가 분명치 않은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주며 세제 개편 속도 조절론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분명한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저는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탈피하는 게 이 나라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거주용이 아닌 주택 보유 부담을 늘려서 시장에 (매물이)나오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제와 금융, 규제, 공급 이런 것들을 조만간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며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제 개편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긍정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에 나쁜 영향보다는 좋은 영향을 더 줬다고 본다”며 “제가 올해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 눌러놓지 않았다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세 매물이 줄면서 발생한 ‘전세난’에 대해선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세 사는 사람들, 즉 무주택자가 매매를 하다 보니 전세 물량은 줄었지만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했다는 주장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든 건 당연하다.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전세 축소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공급 확대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2022∼2024년 3년 동안 공급이 확 줄었다. 재건축·재개발도 많이 줄었고 인가도 줄고 착공도 줄면서 공급량이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며 “신축이든 택지 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여러 채 사모아 투자·투기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도 엄청난 공급 자원”이라며 “거주용이 아닌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임대를 좋은 입지에 공급해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통령 발언은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며 “다만 보유세만 높일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거래세도 일부 정상화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세 부담 일부가 임차인에게 전가되면서 월세화와 임대료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우리나라 보유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것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낮아서라기보다 중저가 주택과 1주택자의 부담이 낮기 때문”이라며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일반 주택 보유자의 부담도 함께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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