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미래’ 극찬 열흘 뒤 접대
취임 한 달 만에 현장시찰 나서
해당업체 서류 검토의견도 내
警, 향응 수수 의혹 집중 조사
노조측 “즉각 해임” 성명 발표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환경부 차관 시절 특정 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임 이사장이 공개 행사에서 문제의 업체를 직접 거론하며 “회사의 미래가 밝을 걸로 본다”는 등 상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이사장 재임 중에는 한국환경공단이 해당 업체의 환경규제 관련 서류에 대한 검토의견을 관할 환경청에 제출한 적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취재를 종합하면 임 이사장이 환경부 차관 재임 중이던 2024년 4월 열린 한 환경 행사 축사에서 순환경제 시대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폐타이어 재활용 업체 A사를 언급했다. 그는 A사에 대해 “앞으로 타이어에도 재생원료를 얼만큼 쓰라는 규제가 생기면 타이어 제조사들이 이 회사에서 만든 카본블랙(타이어 소재)을 사지 않고는 타이어를 팔 수 없게 된다”며 “이 회사의 미래는 밝을 걸로 본다”고 평가했다.
A사는 임 이사장 향응 제공 의혹으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KBS가 환경부 차관 재임 당시 임 이사장이 A사 대표 등으로부터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며 공개한 사진 촬영 시점은 2024년 5월10일이다. 임 이사장이 환경 행사 축사에서 A사를 공개 칭찬한 지 열흘 지난 때다.
임 이사장과 A사 ‘인연’은 이어진다. 차관 취임 한 달여 만인 2023년 8월 A사의 실증시설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A사 업종 특성상 환경부 소관 규제나 지원 대상이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임 이사장의 언급이나 현장 견학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A사 측이 상당 기간 임 이사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직무 관련성을 따져볼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는 직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을 넘어 뇌물 혐의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임 이사장 자택과 강남구 A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서류와 PC 내 파일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압수수색 후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경찰 수사는 임 이사장의 환경부 차관 재임 시절(2023년 7월∼2024년 6월) 향응 수수 의혹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임 이사장이 차관 퇴임 후 지난해 1월 취임한 한국환경공단과 ‘인연’도 계속됐다.
환경공단은 임 이사장 재임 중인 지난해 3∼7월 A사의 환경규제 관련 신고서를 검토했다. 공단은 그해 3월 환경부 소속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A사의 비점오염원 설치신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냈다. 비점오염원 설치신고서는 빗물 등에 씻겨 하천·호수로 유입되는 오염물질 배출원을 설치하려는 사업자가 관할 환경청에 내는 서류다. 당시 금강환경청이 신고서를 수리해야 A사가 충청 지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강환경청은 A사에 총 3차에 걸쳐 신고서 보완을 요청한 끝에 그해 7월에 수리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이 금강환경청 의뢰를 받아 A사 신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낸 게 세 차례였다.
공단 측은 이 업무에 대해 “‘통상 업무’로 이사장이 관여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기술검토에 대한 의견만 제출할 뿐 환경청에서 최종 승인하는 업무”라고 했다. 임 이사장은 관련 입장을 묻는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최근 공단 내에서는 임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단 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인사검증 실패를 인정하고 임 이사장을 즉시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29일부로 임 이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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