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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 하나쯤’이 무너뜨린 생태 자산 [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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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사회2부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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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 번째 국가정원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상징 십리대숲이 ‘봄철 죽순 보호 작전’에 들어갔다. 봄비가 지나간 뒤 죽순이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4~6월이면 무단 채취와 훼손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이달 말까지 ‘십리대숲 죽순 지킴이 봉사단’을 운영하며 저녁과 새벽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은 울산이 자랑하는 대표 생태 자산이다. 땅을 뚫고 올라온 죽순은 빠르게 자라 울창한 대숲의 다음 세대가 된다. 그러나 해마다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이 죽순을 몰래 캐거나 꺾어 가져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이보람 사회2부 기자

“죽순 하나쯤인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죽순 하나는 국가정원이라는 공공 공간 안에서 자라는 공공 생태 자산이다. 한 번 잘린 죽순은 더 이상 대나무로 자라지 못한다. 작은 훼손이 반복되면 십리대숲의 다음 세대도, 국가정원의 건강성도 함께 약해진다.

울산시는 올해도 십리대숲 죽순 지킴이 봉사단을 운영한다. 봉사단원들은 10명이 5개조로 나눠 저녁과 새벽 시간대까지 순찰에 나선다. 시민들이 쉬고 산책하는 공간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시민들이 시간을 내는 셈이다. 폐쇄회로(CC)TV가 100여대 설치돼 있어도, 태화강국가정원처럼 사방이 열린 공간에서는 감시에 한계가 있다. 결국 마지막 울타리는 시민의식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죽순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정원의 또 다른 볼거리인 자연주의 정원에서도 희귀식물이 사라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희귀식물 도난 사건이 4건 발생했고, 2024년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에린기움 6포기가 뿌리째 사라졌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이 오랜 시간 되살려낸 도시의 상징이다. 산업도시 한복판의 강변이 시민의 정원으로 바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 공간을 지키는 일은 단속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자리에 두고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십리대숲, 더 나아가 십리대숲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가 공공의 공간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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