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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 업고 자란 엔비디아, 피지컬 AI 파트너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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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진욱 기자 halfn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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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업계와 ‘로보틱스 동맹’

젠슨 황, GPU 주고객 韓과 인연 깊어
크래프톤·엔씨 경영진과 ‘PC방 회동’
게임서 쌓은 가상공간 구현 역량 활용
차세대 먹거리 ‘로봇 기술’ 개발 협력

韓 게임사, 산업현장 연계 AI 개발 박차
크래프톤,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 나서
엔씨, 국방·조선 로봇모델 개발 착수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에 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한 가운데 황 CEO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택진 엔씨 대표와도 연달아 회동했다. 게임업계에선 이를 두고 상징적인 만남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 게임회사와 이용자에게 게임용 그래픽카드(GPU) ‘지포스’를 팔며 성장해온 엔비디아가 이제는 AI 사업 파트너로서 한국 게임업계를 점찍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AI 업계에서는 게임 속 가상환경을 로봇과 자율주행 AI를 훈련하는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래픽과 게임엔진 개발 역량을 갖춘 한국 게임사가 향후 로봇 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5090’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T1 베이스 캠프’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5090’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 GPU 고객에서 AI 파트너로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서울에서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과 엔씨 경영진과 각각 회동했다. 서울 강남 논현동 일대 PC방에서 장 의장을 포함한 크래프톤 경영진과 논의를 진행한 뒤, 자리를 옮겨 근처 PC방에서 김 대표와 엔씨 경영진을 만났다. 두 회사와 엔비디아 간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피지컬 AI 분야 협력이 공통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황 CEO와 국내 게임업계의 인연이 있다. 엔비디아는 본래 고성능 게임 구동과 3D 그래픽 작업에 필요한 GPU를 팔던 회사였다. GPU가 게임용으로 활발히 쓰였던 덕분에 황 CEO는 전 세계 게임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다녔다. 게임 산업이 발달한 한국도 자주 방문했다. GPU 영업을 위해 황 CEO가 용산전자상가를 직접 돌아다닌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인연으로 넥슨과 엔씨, 넷마블 같은 국내 게임사들은 엔비디아와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엔비디아가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을 토대로 성장한 덕에 황 CEO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5일 방한 첫 행보로 T1베이스캠프를 방문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한국 게이머들은 이기기 위해 최고의 GPU를 선택했고, 그것이 바로 엔비디아 GPU였다”며 “한국은 오래전부터 내게 각별한 나라였고, 오랫동안 엔비디아를 지지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황 CEO가 크래프톤, 엔씨 경영진과 한국 게임문화의 상징인 PC방에서 만남을 가진 것도 한국 게임과 이용자들을 향한 애정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게임사와의 관계를 AI 파트너로 격상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우는 로봇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 게임사와 협력에 나서는 것이다. 로봇 구동을 위해선 게임·시뮬레이션에서 쌓은 가상 환경 구현 기술을 로봇·무인체계 등 현실로 옮기는 피지컬 AI 기술이 필요하다. 가상공간에서 미리 학습하며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지점에서 가상공간 개발을 진행해 온 게임사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들이 매일 다루는 ‘언리얼 엔진’, ‘유니티’ 같은 게임 개발 도구는 최근 AI 훈련에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개발·검증하는 과정에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실제 도로 환경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가상 시뮬레이터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언리얼 엔진을 자율 비행 드론 AI 연구에 활용했고,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 스탠더드AI는 유니티 엔진으로 구성한 가상 환경에서 무인 결제 시스템을 훈련시켰다.

국내 게임사들은 다양한 3차원(3D) 게임을 십수년간 운영하며 공간 인식·캐릭터 행동 구현 기술을 다져왔다. 배틀그라운드, 아이온, 검은사막과 같은 ‘대작’을 개발해온 국내 기업 역량은 해외 기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 기술과 노하우가 현실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로봇 개발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로서는 국내 게임사가 GPU·칩셋의 대형 수요처이자,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데이터·소프트웨어 파트너인 셈이다.

◆ AI 산업에 뛰어든 K게임사

엔비디아와의 협력 외에도 국내 게임사들은 최근 AI를 새로운 먹거리를 삼고 자체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3D 그래픽 게임에 강세를 보이는 크래프톤과 엔씨가 적극적이다.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배틀그라운드’로 성장한 크래프톤과 기사와 마법사가 나오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주력인 엔씨가 이제는 실제 산업 현장과 손잡고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초 미국에 ‘루도 로보틱스’를 세우고 로봇 AI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루도 로보틱스는 미국 소재 본사 CEO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한국지사 대표에 이강욱 최고AI책임자(CAIO)를 선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AI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별개로 크래프톤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합작법인(JV)을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가 피지컬 AI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고, 실증 및 적용 시나리오를 검토해 실제 운영 체계까지 단계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게 골자다.

엔씨는 지난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자회사 NC AI로 분사했다, NC AI는 생성형 AI ‘바르코’와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입력받아 처리하는 ‘멀티모달’ AI모델 ‘배키’를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초 삼성SDS와 포스코DX, 롯데이노베이트와 컨소시엄을 구성,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피지컬 AI 모델 학습을 위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개발 과제에 참가했다. 국내 제조사와의 협력에도 적극 나선다. 지난달 말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국방용 로봇 체계 개발 과제에 현대로템과 손을 잡고 참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달에는 한화오션의 상선·특수선 조선 현장에 자율 용접 로봇 모델을 개발해 납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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