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선대위 해단식서 “결성식으로 봐달라”…도내 의원 51명에 협조 당부
道 재정 악화 진단…‘균형 발전’ 기치 아래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시사
수원 경기신보에 인수위 둥지…20人 이내 소수정예 조직, 10일쯤 출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애칭은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한 이 단어는 그의 정치 역정에서 강점이자 족쇄로 작용해왔다.
지난 2004년 바람 앞의 촛불과 같던 새천년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섰을 때, 그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추 당선자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 당시 잔다르크처럼 거친 결의를 마음속에 다졌을 법하다. 새천년민주당은 추 당선자의 큰 스승이자 은인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분신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추 당선자는 2004년 총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열린우리당으로 떠나간 호남 전통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죄의 의미를 담아 사흘간 삼보일배를 했다.
이때 다리와 허리가 아파 허리를 세울 수 없었던, 고통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국회 청문회 때 양쪽 허벅지를 스카프로 질끈 묶어 의자에 앉던 모습이 삼보일배의 후유증으로 오해를 샀던 이유다.
◆DJ ‘포용 정치’의 계승자…“해단식 아닌 결성식”
1남2녀의 어머니인 추 당선자는 사실 ‘따뜻한’ 정치인이다.
2004년 총선 당시 미국에 머물던 두 딸은 “엄마의 삼보일배를 보며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어머니를 닮아 유난히 자의식이 강한 딸들이었지만 자녀로서 겪었던 심적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다.
추 당선자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일화는 더 있다. 추 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렇게 회상했다.
“(추 당선자가) 17대 총선 날 투표를 마친 뒤 임진각으로 달려가 ‘희망날리기’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망향의 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그를 알아본 인파가 몰려들었다. 결국 추 당선자는 양해를 구하고 모처럼 동반한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며 수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옛 민주당 인사도 “평소 자녀들 숙제를 신경 쓰고 바쁜 일정 중에도 휴대전화로 딸과 다정한 얘기를 나눌 만큼 자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추 당선자의 민선 9기 밑그림이 공개됐다. 대중에게 각인된 강인한 전사 이미지 대신 전면에 들고나온 시정 철학은 DJ의 유산인 ‘포용과 화해’였다.
추 당선자는 당선 첫날인 4일 오전 수원 현충탑을 참배한 자리에서 방명록에 “순국선열의 뜻을 이어받아 공정하고 따뜻한 경기도정을 펼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민선 9기 도정의 핵심 키워드로 ‘따뜻함’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칠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독재 정권에 아버지를 잃은 비극을 겪고도 반대파를 포용해 ‘우호적 리더십’의 상징이 된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통합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권력 획득 자체보다 임무 완수와 결속을 중시하는 여성 정치인 특유의 실용주의적 장점을 도정에 이식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道 재정 상황 진단…‘균형 발전’ 중심 정책 구조조정 예고
추 당선자는 5일 수원 마라톤빌딩 선대위 사무실에서 열린 ‘추추(추진력은 추미애) 선대위’ 해단식에서 본격적인 도정 준비를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참석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오늘 자리는 해단식이 아니라 경기도정의 유기적인 협조를 위한 결성식으로 봐달라”며 “6월 국회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디 멀리 갈 생각하지 말고 도정을 위해 함께 일해달라”고 뼈 있는 당부를 건넸다.
추 당선자가 첫 일성으로 내부 결속을 주문한 배경에는 경기도정의 성공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전방위로 뒷받침하겠다는 정치 전략이 깔렸다.
그는 “1400만 경기도가 정말 할 일이 많다”며 “도정의 성공이 이재명 정부에 확실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내 의원 51분께서 고른 이해와 협조로 입법 지원과 정부 설득에 앞장서달라”고 강조했다.
압승의 뒤편에서 추 당선자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는 선거 기간 토론회를 준비하며 보고받은 도의 세수 현황을 언급하며 경기도의 재정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경기도의 재정이 생각만큼 그렇게 풍족하지 않다. 세수 유입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정책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동연 지사가 추진해 온 기존 역점 사업들의 추진 속도 조절과 예산 재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추 당선자가 제시한 재정 돌파구의 기준은 ‘균형 발전’이다. 그는 “제한된 도 재정 안에서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놓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촘촘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수원 광교 경기신보에 둥지…10일쯤 ‘실속형 인수위’ 닻 올려
민선 9기 도정의 기틀을 짤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말 인선 윤곽을 드러내 10일이나 11일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인수위 사무실은 도청과 인접해 행정 소통이 수월한 수원 광교의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 5층과 9~10층으로 확정됐다.
현재 공실인 해당 층에는 사무용 집기류가 속속 반입되고 있다. 사옥 안내판에도 이미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명칭이 명시됐다. 5층은 추 당선자와 인수위원장의 집무실로, 9~10층은 실무진과 도청 파견 공무원들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인수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20명 이내의 명예직으로 구성된다. 4년 전 김 지사의 인수위가 6개 분과와 3개 특위, 1개 태스크포스(TF)로 꾸려졌던 것과 달리, 추미애 인수위는 조직을 더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추 당선자는 “김동연 지사께서 워낙 출중한 행정 능력으로 도정을 탄탄하게 잘 이끌어오셨기에 인수가 복잡하거나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전임 지사의 행정 성과를 강조했다.
관심이 집중된 인수위원장직에는 추 당선자와 호흡을 맞출 도내 중진급 국회의원이나 선대위 지도부 핵심 인사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당선자 측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주 초 위원장과 분과장 등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현판식을 거쳐 본격적인 도정 현안 파악과 공약 구체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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