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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초보도 반하는 ‘깨 볶는’ 매력 뫼르소의 유혹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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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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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⑥뫼르소 생산자 >

 

오크향 지우고 순수 채운 프랑수아 미쿨스키

모던 뫼르소 대명사 뱅상 지라르댕

비오디나믹의 신화 피에르 모레

즈느브리에르 절대 강자 라뚜르 지로

장기 효모 숙성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최현태 기자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최현태 기자

뫼르소 마을 프리미엄 오크통 제작소 토넬러리 다미(Tonnellerie Damy)에서는 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 행사중  ‘뫼르소의 건배’를 주제로 44개 생산자가 참여해 다양한 뫼르소(Meursault) 와인을 선보였습니다. 뫼르소는 깨볶는 듯한 고소한 향과 유질감이 매력적입니다. 코르통 샤를마뉴가 얼음송곳 같다면 뫼르소는 둥글둥글하고 입안을 꽉 채우는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여 와인 초보자들이 즐기기 좋습니다.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Domaine François Mikulski)

 

분필로 쓱 그린 듯한 손 글씨 레이블로 유명합니다. 1992년 폴란드계 아버지와 부르고뉴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수아가 삼촌 피에르 부아요(Pierre Boillot)에게 포도밭을 물려받아 설립한 도멘입니다. “중요한 건 라벨이 아니라 병 안의 내용물”이라는 철학이 담긴 미니멀한 디자인처럼, 그의 양조 방식도 단호합니다. 천연 효모 발효, 새 오크통 비율 20% 미만으로 오크향이 테루아를 가리는 것을 철저히 경계합니다.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최현태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최현태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기본급 뫼르소이지만 미쿨스키의 과장되지 않은 순수한 테루아의 미학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뫼르소 와인들이 지닌 무겁고 버터리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미쿨스키 특유의 정교한 산미와 날카로운 긴장감이 돋보이는 현대적인 감각의 와인입니다. 잘 익은 흰 복숭아, 배, 신선한 시트러스 껍질의 맑은 과실 향이 수줍게 피어오릅니다. 공기와 접촉하면서 뫼르소 고유의 구운 헤이즐넛과 갓 구운 브리오슈, 그리고 가벼운 버터의 풍미가 과하지 않고 섬세하게 층을 이룹니다. 베이스에 깔린 정제된 점토·석회질 토양 특유의 부싯돌과 젖은 돌 같은 묵직한 미네랄 향은 와인의 입체감을 더합니다. 입안에 닿는 순간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미끈하고 부드러운 유질감을 관통하며 훌륭한 밸런스를 구축합니다. 청량한 사과와 쌉싸름한 라임, 뒤이어 이어지는 짭조름한 미네랄리티 캐릭터가 입맛을 돋웁니다.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1er 크뤼 포루조. 최현태 기자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1er 크뤼 포루조. 최현태 기자

▶▶도멘 프랑수아 미쿨스키 뫼르소 1er 크뤼 포루조(Poruzots)

 

프리미에 크뤼 포루조는 점토질 토양의 비율이 높아 보다 힘 있고 풍만하며 강렬한 와인이 생산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생산자 특유의 정교한 산미 통제력과 밭 고유의 묵직한 힘이 완벽한 시너지를 이루며 한 차원 높은 품격을 보여줍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폭발적인 아로마가 코끝을 사로잡습니다. 잘 익은 황도 복숭아, 살구, 꿀에 절인 모과 향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포루조 특유의 강렬한 스모키함과 부싯돌의 미네랄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닐라 빈, 구운 아몬드, 크리미한 버터 향이 겹겹이 살아나며 복합미의 정수를 선사합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강한 볼륨감을 미쿨스키 특유의 칼날 같이 날카롭고 팽팽한 산미가 단단하게 받쳐줘 완벽한 구조감을 형성합니다. 쌉싸름한 감귤류의 껍질, 잘 구운 토스트, 그리고 짭조름한 미네랄의 풍미가 입안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며, 길고 화려한 피니시는 미쿨스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의 위엄을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도멘 뱅상 지라르댕 글로벌 마케팅 총괄 마르코 카스케라(Marco Caschera), 와인메이커 에릭 제르맹(Eric Germain·오른쪽) . 최현태 기자
도멘 뱅상 지라르댕 글로벌 마케팅 총괄 마르코 카스케라(Marco Caschera), 와인메이커 에릭 제르맹(Eric Germain·오른쪽) . 최현태 기자

▶메종 뱅상 지라르댕(Maison Vincent Girardin)

 

1980년 19세의 뱅상 지라르댕이 상트네(Santenay) 지역의 가문 포도밭 2ha를 물려받아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수요가 급증하자 엄격한 기준을 공유하는 재배자들의 포도를 구매하는 혁신적 네고시앙 방식을 도입해 코트 드 본의 명가로 성장합니다. 2000년대 초 와인메이커 에릭 제르맹(Eric Germain)이 합류하면서 와이너리는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는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테루아를 순수하게 표현하는 친환경 농법을 정착시킵니다. 2012년 뱅상 지라르댕이 은퇴하며 오랜 파트너사인 대형 네고시앙 콩파니 데 뱅 도트르부아(Compagnie des Vins d'Autrefois)의 장 피에르 니에(Jean-Pierre Nié) 회장에게 경영권을 매각합니다. 그러나 에릭 제르맹을 포함한 기존 양조 팀이 그대로 남아 고유의 정체성과 클래식한 스타일을 엄격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뱅상 지라르댕 뫼르소 레 나르보, 1er 크뤼 레 샤름-데수. 최현태 기자
뱅상 지라르댕 뫼르소 레 나르보, 1er 크뤼 레 샤름-데수. 최현태 기자

▶▶뱅상 지라르댕 뫼르소 레 나르보(Les Narvaux)

 

1er 크뤼 바로 위 경사면의 빌라주급 포도밭입니다. 청사과·배·레몬그라스의 시원한 과실 향이 화사하게 피어오르고, 젖은 돌 같은 미네랄리티와 칼날 같은 산도가 드라이한 피니시를 만들어냅니다. 가격 대비 1er 크뤼 못지않은 품질로 애호가들 사이에서 숨겨진 보석으로 통합니다.

 

▶▶뱅상 지라르댕 뫼르소 1er 크뤼 레 샤름-데수(Les Charmes-Dessus)는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 ‘샤름’ 중에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상부 구획 포도로 만듭니다. 백도·살구·흰 꽃의 우아한 아로마에 헤이즐넛·브리오슈의 고소한 오크 터치가 층층이 쌓입니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크리미한 질감이 돋보이며 상부 구획 특유의 짭조름한 미네랄리티가 길고 세련된 여운을 선사합니다.

 

도멘 피에르 모레. 최현태 기자
도멘 피에르 모레. 최현태 기자

▶도멘 피에르 모레(Domaine Pierre Morey)

 

모레이 가문은 알렉시 모레이(Alexis Morey)가 1793년 뫼르소에 정착하면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피에르의 아버지 오귀스트 모레이(Auguste Morey)는 대공황 직후인 1935년,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전설적인 명가인 도멘 데 콤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과 포도밭 소작 계약을 하고 뫼르소의 핵심 밭들(Perrières, Genevrières, Charmes)을 경작합니다. 피에르 모레이는 1971년에 자신의 도멘을 설립한 뒤 20년간 세계 최고의 밭을 가진 도멘 르플레브(Domaine Leflaive)의 총괄 와인메이커로도 활약합니다. 그는 부르고뉴 비오디나믹의 선구자로 1991년부터 유기농법을 도입합니다. 현재 도멘은 피에르 모레와 그의 딸 안(Anne), 3세대인 안의 아들 장 빅토르(Jean-Victor)가 이끌고 있습니다.

 

▶▶피에르 모레 뫼르소 레 테송(Les Tessons)

 

잘 익은 서양배, 청사과, 백색 꽃 계열의 산뜻하고 화사한 향이 중심을 잡고 갓 구운 빵, 약간의 민트, 헤이즐넛, 은은한 바닐라 빈의 힌트가 복합적으로 피어오릅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뫼르소의 특성을 생동감 있는 산도와 레 떼쏭 특유의 석회질 조약돌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 짭조름한 뉘앙스가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도멘 라뚜르 지로 오너 겸 와인메이커 장 피에르 라뚜르 . 최현태 기자
도멘 라뚜르 지로 오너 겸 와인메이커 장 피에르 라뚜르 . 최현태 기자

▶도멘 라뚜르 지로(Domaine Latour-Giraud)

 

1680년쯤 뫼르소에서 태어난 장 라투르 보일로(Jean Latour-Boillot)가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1958년 지금의 도멘 형태를 완성했습니다. 뫼르소에 깊은 뿌리를 둔 전통의 라뚜르(Latour) 가문과 코트도르 지역에서 증류업을 하던 지로(Giraud) 가문이 결혼을 통해 연합하면서 현재의 도멘 라뚜르 지로가 출범합니다. 현재 와인메이커이나 오너인 장 피에르 라뚜르(Jean-Pierre Latour)가 1990년대부터  양조를 이끌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는 유기농법을 전격 도입하고, ha당 포도 수확량을 25~35hl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하여 과실의 집중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현재 도멘 라뚜르 지로는 약 11ha를 소유하고 있고 전체 생산량의 80~85%가 샤르도네입니다. 특히 뫼르소 지역의 상징적인 프리미에 크뤼 즈느브리에르(Genevrières)를 2.5ha 소유한 최대 생산자로, 뫼르소 와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독보적인 테루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도멘 라뚜르 지로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샤름, 즈느브리에르. 최현태 기자
도멘 라뚜르 지로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 샤름, 즈느브리에르. 최현태 기자

▶▶도멘 라뚜르 지로 뫼르소 샤름 프리미에 크뤼(Charmes 1er Cru)

 

밭의 상부와 중하부의 포도를 섞어 샤름 특유의 풍요로움과 우아함의 밸런스를 잡았습니다. 레몬 오일, 신선한 자두, 잘 익은 라임의 산뜻한 시트러스 풍미가 중심을 잡고 시간이 지나며 약간의 벌꿀 힌트, 은은한 바닐라와 고소한 헤이즐넛의 아로마가 더해집니다.

 

▶▶도멘 라뚜르 지로 뫼르소 즈느브리에르 프리미에 크뤼(Genevrières 1er Cru)

 

도멘 라뚜르 지로의 시그니처이자 가장 웅장한 와인입니다. 샤름보다 높은 고도의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 더 정교한 미네랄과 훨씬 더 극도로 우아하고 절제된 첫인상을 보여줍니다. 아카시아 꽃, 신선한 청사과, 레몬 제스트의 향이 메인이며, 가벼운 허브와 젖은 돌 같은 고급스러운 광물성 노트가 겹겹이 얽혀 있습니다. 풍만함보다는 질감의 세련미와 디테일에 집중된 와인입니다. 토스트한 아몬드와 바닐라의 터치가 은은하게 깔리며 매우 길고 정교한 피니시로 마무리됩니다.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오너 마리옹 자빌리에. 최현태 기자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오너 마리옹 자빌리에. 최현태 기자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Domaine Patrick Javillier)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레이몽 자빌리에(Raymond Javillier)가 본격적으로 포도밭을 매입하며 기반을 다졌고, 1974년 아들 파트리크 자빌리에(Patrick Javillier)가 도멘을 물려받으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냅니다. 국립 양조학자(Oenologue) 자격을 갖춘 파트리크는 포도밭의 구획별 테루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화이트 와인의 풍미와 복합미를 극대화하는 장기 효모 숙성방식을 적극 도입해 도멘의 명성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현재는 그의 딸 마리옹 자빌리에(Marion Javillier)가 가문의 전통과 엄격한 양조 철학을 이어받아 순수하고도 힘 있는 뫼르소 와인을 선보입니다.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클로 뒤 크로맹, 레 띠예. 최현태 기자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클로 뒤 크로맹, 레 띠예. 최현태 기자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뫼르소 클로 뒤 크로맹(Clos du Cromin)

 

클로 뒤 크로맹은 뫼르소 마을 북동쪽에 위치한 싱글 빈야드(Lieu-dit)입니다. 점토질이 풍부한 토양 특성을 지니고 있어 포도가 완숙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와인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아로마와 화려한 과실 향을 띱니다. 잘 익은 사과와 배 등의 과실 향이 주를 이룹니다. 부르고뉴 샤르도네 특유의 오크 숙성과 말로락틱 발효 과정을 통해 버터, 구운 견과류, 토스트의 고소한 풍미가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나타납니다

 

▶▶도멘 파트리크 자빌리에 뫼르소 레 띠예(Les Tillets)

 

레 띠예는 뫼르소 언덕 높은 곳에 있는 리 외디입니다. 토양이 얉고 석회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와인에 신선한 청량감과 팽팽한 구조감을 부여합니다. 석회질 토양의 영향으로 레몬이나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와 흰 꽃 향이 도드라집니다. 입 안에서는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산도가 특징이며, 젖은 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리티와 짭조름한 피니시가 돋보입니다.

 

<2026 그랑주르 드 부르고뉴를 가다 ⑦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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