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의료기관 123개 늘려…안부 확인·재가복지로 넓어지는 보훈
현충일인 6일 오전 10시, 전국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이 진행된다. 올해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은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다. 평균연령이 높아진 보훈대상자들에게 그 책임은 추모와 예우를 넘어 의료·돌봄·안부 확인 등 일상 속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추념식에는 순직자 유가족, 6·25전사자 발굴 유해 유가족,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학생들이 초대돼 희생과 헌신의 기억을 되새긴다. 갯벌 고립자 구조 중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고, 1950년 자원입대한 6·25참전유공자의 기록도 그의 손녀가 읽는다. 이 경사 유족 등 4명에게 대통령 명의 국가유공자 증서도 수여된다.
◆묵념이 끝난 뒤의 하루
현충일의 묵념은 국가가 희생을 기억하는 상징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보훈부가 올해 추념식의 주제로 정한 ‘책임’은 묵념에만 머물 수 없다.
국가유공자의 나이는 꾸준히 많아지는 추세다. e-나라지표를 보면 지난해 국가유공자 평균연령은 75세로 2016년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독립유공자 본인의 평균연령은 101세에 이른다. 이중 혼자 사는 대상자도 많다. 보훈부 ‘2026년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독거 보훈대상자가 13만4000여명으로, 전체 보훈대상자의 약 4명 중 1명(23.3%)이다.
문제는 국가의 보훈이 국가유공자의 일상에도 충분히 닿고 있느냐는 점이다. 고령 보훈대상자에게 필요한 지원은 하루 치러지는 행사나 보상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보훈은 추념식에서의 묵념뿐만 아니라 아플 때 갈 수 있는 가까운 병원, 식사와 집안일, 정기적인 안부 확인 같은 일상 문제다.
◆유공자의 하루를 지탱하는 것들
보훈이 일상 돌봄으로 넓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재가복지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혼자 살거나 노인성 질환이 있어 가족의 돌봄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65세 이상 보훈대상자 가정을 찾아가 가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국가유공자 본인뿐만 아니라, 유공자가 사망한 뒤 보훈급여를 받는 배우자나 부모 등 유족도 대상이 된다. 보훈 대상자가 기관으로 찾아가지 않고, 돌봄 인력이 집으로 찾아가는 형태다. 재가복지서비스 수혜자는 2005년 753명에서 약 20년이 지난 2024년 1만926명으로 늘었다.
혼자 사는 고령 보훈대상자에게는 정기적인 안부 확인도 생활 지원의 일부가 된다. 보훈부는 지난 4월부터 고령·독거 보훈대상자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안부확인서비스를 본격 시행했다. 보훈부는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고령 독거 보훈가족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고독사 위험군 3000여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령·독거 보훈대상자를 제때 파악하고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가까운 곳에서 보훈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도 고령 보훈대상자에게는 중요한 생활 조건이다. 보훈 의료 접근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국 보훈병원은 서울 중앙보훈병원과 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보훈병원 등 6곳에 그친다.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제주 지역의 보훈대상자는 보훈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에 있는 다른 권역 병원을 이용해야 했다.
지역별 접근성 차이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추진되고 있다. 보훈부가 발표한 지난 1년간 보훈정책 주요 성과 자료에 따르면 보훈 위탁의료기관은 지난해 6월 904개에서 올해 4월 1025개로 123개 늘었다. 이를 2030년 2000개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제주 권역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준보훈병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위탁의료기관 확대와 준보훈병원 도입이 실제 생활권 안에서 이용 가능한 보훈 의료서비스로 이어지는지가 남은 과제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이번 현충일 추념식이 세대와 이념을 넘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정신과 가치를 기억하고, 보훈을 통한 국민통합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충일 추모를 넘어 고령 보훈대상자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의료·돌봄 체계를 실제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훈정책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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