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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떠나는 맛있는 세계 일주…경기도에 펼쳐진 ‘미식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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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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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관광공사, 본토 식재료·전통 조리법 고수한 세계 별미 명소 6곳 선정
과천 스페인 만찬부터 수원 북아프리카 가정식까지…이국적 풍미 재현
중동 사태 장기화 속 대안으로 부상…“가벼운 발걸음으로 세계 오간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고물가 여파로 해외여행의 심리적·경제적 문턱이 한층 높아진 요즘이다. 비행기 표를 끊지 않고도 이국적 정취와 본토의 맛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시도는 경기도 곳곳이 세계 각국의 전통 미식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세계 미식 지도’로 변모한 덕분에 가능하다.

 

경기관광공사는 최근 도내 관광 및 외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본토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 그리고 현지인 셰프의 손맛이 어우러진 ‘세계 별미 맛기행’ 명소 6곳을 선정했다.

 

안산 다문화음식거리의 묵직한 중앙아시아 할랄푸드부터 대학교 앞 소박한 북아프리카 가정식까지, 여권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날 수 있는 경기도 속 숨은 미식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해외여행이 가능한 직장인부터,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젊은 연인이나 대학생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다.

 

◆지중해 태양과 낭만을 품다: 과천 ‘엘 올리보’ & 안양 ‘르 디쉬’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인근의 과천 ‘엘 올리보’는 스페인어로 ‘올리브 나무’를 뜻한다. 외관부터 고풍스러운 정통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다. 3층 규모의 매장은 스페인 현지의 고풍스러운 저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고풍스러운 정통 스페인 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고풍스러운 정통 스페인 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신록이 짙어지는 6월에는 운치 있는 테라스 좌석에 앉아 스페인 특유의 여유로운 식문화를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시그니처 메뉴인 ‘먹물 빠에야’는 넓은 팬에 오징어 먹물을 입힌 생쌀과 풍성한 해산물을 담아내는데, 생쌀을 직접 조리하는 정통 방식을 고수해 완성까지 30분가량 소요된다. 기다리는 동안 유기농 올리브오일과 스페인 훈제 파프리카 가루(피멘톤)로 버무린 문어 요리 ‘뽈뽀 콘 파타타’나 감바스, 핀초스 같은 다채로운 ‘타파스(Tapas)’를 스페인 와이너리(보데가)에서 수입한 와인과 곁들이면 지중해의 풍요로움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에 자리 잡은 ‘르 디쉬’는 아늑한 조명과 주인이 직접 촬영한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 베르사유 궁전의 풍경 사진이 대형 액자로 걸려 있는 정통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프랑스 명품 주물냄비 브랜드 ‘르크루제’를 활용한 요리들이 특징으로, 데이트 코스와 브런치 장소로 각광받는다.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 등 다채로운 계절 채소를 뭉근하게 끓여내 재료 본연의 깊은 풍미를 살린 채소 스튜 ‘라따뚜이’와 엔다이브를 구워 단맛을 극대화한 ‘엔다이브 잠봉 그라탕’은 프랑스 시골 마을 가정집의 소박하면서도 정교한 맛을 충실히 낸다.

프랑스 가정식. 경기관광공사 제공
프랑스 가정식. 경기관광공사 제공

◆대학가에서 만나는 실크로드와 신비로운 마그레브: 수원 ‘벨라 튀니지’ & 용인 ‘퍼스트 네팔 히말라야’

 

수원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인근의 ‘벨라 튀니지’는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미식을 아우르는 마그레브 지역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지하 매장 계단을 내려가면 흐르는 이국적인 북아프리카 음악과 현지 식당 분위기가 유학생과 교직원들의 발길을 끈다.

 

2016년부터 튀니지 출신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유럽과 아랍권의 조리 방식이 융합된 ‘쿠스쿠스’와 ‘타진’이다. 듀럼밀을 잘게 빻아 만들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쿠스쿠스, 은근한 불에 장시간 조리해 양고기 특유의 향을 잡고 부드러운 식감을 살린 스튜 요리 ‘양고기 타진’이 인기다.

아프리카 미식을 아우르는 마그레브 지역 정통 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아프리카 미식을 아우르는 마그레브 지역 정통 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을 배려해 대부분의 메뉴를 1만원 이하로 책정, 부담 없이 북아프리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용인 단국대학교 대학가에 위치한 ‘퍼스트 네팔 히말라야’ 역시 16년째 변함없는 가격과 후한 인심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곳은 네팔·인도 요리 전문점이다. 한국 정착 20년 차로 한국어가 능숙한 네팔 포카라 출신 셰프가 네팔에서 직접 공수해 온 식재료와 소품으로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인도 향신료 마살라를 포함해 9가지 이상의 재료를 넣고 5시간 이상 끓여낸 커리는 깊은 농도를 자랑한다.

네팔·인도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네팔·인도요리. 경기관광공사 제공

부드럽고 달콤한 ‘버터 치킨 마크니 커리’를 화덕에서 즉석으로 구워낸 쫄깃한 난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대학가 맛집답게 밥 무제한 리필 서비스와 바나나 라씨를 기본 제공한다.

 

◆국경 없는 이국적 에너지와 실크로드의 향수: 평택 ‘크레이지 윙스 앤 버거’ & 안산 ‘후르셰다 사마르칸트’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앞, 평택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 거리 초입에 위치한 ‘크레이지 윙스 앤 버거’는 강렬한 미국식 캐주얼 다이닝의 감성을 뿜어낸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팝 포스터, 미국 팝 음악이 어우러져 자유로운 본토 패스트푸드점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툼한 패티 위로 치즈가 녹아내리는 수제버거와 중독성 있는 핫윙이 인기 메뉴다.

미국식 수제버거. 경기관광공사 제공
미국식 수제버거. 경기관광공사 제공

미국에서 공수해 온 식재료를 활용해 서구식 본토의 맛을 가감 없이 재현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평일에도 새벽 3~4시까지 문을 열어 밤늦은 시간에도 이국적 미식 야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안산 다문화음식거리의 ‘후르셰다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묵직하고 깊은 할랄푸드 맛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무슬림 문화권답게 돼지고기를 배제하고 양고기와 소고기를 주재료로 삼는다. 사마르칸트 전통 방식에 따라 밥과 고기를 섞지 않고 층층이 쌓아 올려 담아내는 우즈베키스탄식 소고기 볶음밥 ‘오쉬’가 대표적이다.

 

다양한 향신료에 숙성해 숯불에 구워낸 대형 꼬치 요리 ‘샤슬릭’을 또띠아에 싸 먹거나, 빵 속에 고기가 꽉 찬 ‘삼사’를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우즈베키스탄식 할랄푸드. 경기관광공사 제공
우즈베키스탄식 할랄푸드. 경기관광공사 제공

이곳에서는 밑반찬처럼 준비된 음식들을 직접 테이블로 가져와 보여주는 중앙아시아 특유의 접객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고려인식 당근 김치인 ‘마르코프차’를 곁들이면 기름진 맛을 잡아준다. 식당 바로 옆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식료품점도 함께 있어 본토 향신료와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고증된 본토 조리법과 이국적 매장 분위기를 통해 한 편의 여행 같은 감동을 선사하고자 이번 맛기행 코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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