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애덤 베커/박주용 옮김/동아시아/2만2000원
“우리가 앞으로 100년 동안 이룰 기술의 진보는, 인류가 처음으로 불을 다스리고 바퀴를 발명한 이후에 이뤄 왔던 것보다도 훨씬 클 것이다. 이 기술혁명은 누구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지능형 기계를 써서 더 지능적인 기계를 만들어내는 반복된 혁신의 고리는 이 혁신을 더 가속화할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만든 오픈AI 대표 샘 올트먼은 어떠한 일도 인간보다 잘해내는 기계인 ‘AGI(범용인공지능)’의 등장은 필연적이며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AGI는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로 우리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샘 올트먼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과 이름으로 전개하고 있다. ‘효율적 이타주의’, 미래의 수조 명의 장기적 인류가 더 중요하다는 ‘장기론’, 2045년경에 인간을 초월하는 기계 지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특이점론’, 기술 가속주의…. 그런데 이들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주장하는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상은 정말 과학에 근거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부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인 것일까.
천체물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공지능 싱크탱크 설립자인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를 비롯한 AI 관련 주요 인사들과의 인터뷰, 관련 논문들에 대한 검증 등을 거쳐 이 같은 질문에 흥미진진한 대답을 내놓는다.
책은 작금의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사상적 조류의 기원을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한편, 이 사상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기술을 통한 구원’이라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층위에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철학적, 과학적 논쟁을 생생한 인물서사로 풀어내면서 생동감을 더해준다.
그리하여 책은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기술 낙관주의를 해체하고,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기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기술 억만장자들이 내세우는 미래 비전이란 사이비 과학과 황당한 공상, 인종주의와 우생학 등이 혼돈스럽게 버무려져 세워졌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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