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사회의 붕괴/조지프 A. 테인터/이대희 옮김/에코리브르/3만5000원
로마제국은 왜 몰락했을까. 마야문명은 어째서 거대한 도시를 뒤로하고 사라졌을까. 문명의 흥망은 수없이 반복됐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외적 침입, 기후변화, 정치 부패, 지도자의 무능 같은 요인들이다. 미국 인류학자인 저자가 1988년 출간한 이 책은 이러한 통념에 도전하며 문명 붕괴 연구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국내 번역본으로 소개됐던 이 책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출간됐다.
저자는 문명은 외부 충격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복잡해진 나머지 스스로 붕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회를 하나의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 본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행정 조직과 법률, 전문가 집단, 군사력, 인프라를 구축한다. 초기에는 이러한 복잡성이 효과를 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양상이 달라진다. 새로운 관료조직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그로부터 얻는 편익은 줄어든다. 경제학의 한계 수확 체감 법칙이 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다. 세금은 치솟고 행정은 비대해지며 사회 유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복잡한 체계를 지탱할 에너지와 자원이 부족해지고, 사회는 붕괴하거나 보다 단순한 형태로 축소된다.
저자는 이러한 붕괴를 비극으로 보지 않는다. 붕괴는 복잡 사회에 투자해도 더 이상 이익을 볼 수 없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효율화의 과정일 뿐이다. 어떤 집단에게는 재앙이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거대한 행정체계는 사라졌지만, 지역 공동체들은 오히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당대의 산업사회가 붕괴 경로를 따를지 논했다. 초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비대해진 행정체계, 끝없이 늘어나는 규제와 부채, 에너지 문제까지. 오늘의 세계는 저자가 말한 ‘복잡성의 함정’에 한층 더 가까워 보인다. 책은 문명의 흥망을 설명하는 고전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강력한 렌즈를 제공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먹방 스타 젠슨 황](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4/128/20260604521978.jpg
)
![[기자가만난세상] 하늘의 별이 된 시인이 보내온 시집](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804.jpg
)
![[세계와우리] ‘한·일 전략적 동업’ 첫발 뗀 안동회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기후의 미래] 환경사투리, 기후표준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9/128/2026040951975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