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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운동장서 K팝 성지로… ‘고양콘트립’ 팬심 잡았다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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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하늘 기자 2sk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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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공연+관광’ 핫플레이스 부상

BTS·콜드플레이 등 대형 콘서트 유치
2년 간 26회 공연… 대관 수익만 125억
대화역 인근 상권 카드 매출 58% 증가

스타·뷰티·미식 코스 등 논스톱 동선
빅세일 주간 운영 등 ‘관광객 모시기’
하반기엔 찰리 푸스 등 팝스타 내한
85만명. 지난 2년간 BTS, 콜드플레이, 오아시스, 지드래곤,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보기 위해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관람객 수다. 한때 비어 있는 날이 더 많았던 종합운동장이 이제는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고양시는 공연으로 모은 인파를 지역 관광과 소비로 연결하는 ‘고양콘 트립’을 앞세워 체류형 관광도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 공연으로 도시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6년5개월 만의 완전체 투어이자 전 세계 34개 도시 82회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공연인 만큼 국내외 팬들의 발길은 ‘고양시’로 향했다.

 

콘서트에 앞서 고양 내 주요 숙소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고 고양을 넘어 파주, 김포 등 인접 지역도 수혜를 입었다. 일대 음식점과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고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은 자연스럽게 밤리단길, 일산호수공원 등을 방문하면서 도시 곳곳으로 발길을 넓혔다.

공연 열기로 가득한 고양종합운동장 전경.
공연 열기로 가득한 고양종합운동장 전경.

◆“다음 고양콘은 누구야?”

 

2년 전부터 대형콘서트가 잇따라 열리자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 순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통칭해 ‘고양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K팝을 선도하는 국내 아이돌부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리자 “다음 고양콘은 누구냐”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자리 잡았다. 잠실주경기장(잠실콘)?올림픽체조경기장(체조콘) 등 특정 공연장이 아닌 도시 이름 자체가 공연 브랜드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 고양은 국내외 팬들에게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도시이자 K팝 성지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양종합운동장은 활용도가 낮은 공공시설이었다. 국제대회와 각종 체육행사가 열리기는 했지만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구단이 없어 대규모 시설에 걸맞은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 유지관리 비용은 꾸준히 발생했지만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양시는 이러한 유휴시설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는 예상 밖의 성과로 이어졌다.

 

고양시는 2024년 방송 공연기획사와 협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연 유치 공모를 진행했다. 대화역 인접성과 공연장 규모를 구체적인 장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업계의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으로 수도권 내 대형 야외 공연장 공백이 생긴 것도 기회가 됐다.

같은 해 8월 칸예 웨스트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고양시가 초대형 공연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9월에는 콜드플레이 공연이 전량 매진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후 세븐틴 공연과 지난해 지드래곤 복귀 공연, 콜드플레이 6회 공연, BTS 제이홉 진 단독 콘서트, 블랙핑크 월드투어 개막공연이 잇따라 펼쳐지면서 호황을 맞았다.

 

데이식스와 오아시스, 트래비스 스캇도 고양에서 팬들을 만났다.

 

공연 유치를 시작한 2024년부터 2년간 총 26회의 공연을 개최하며 고양시는 관람객들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운영 경험과 행정 역량을 축적하는 기회가 됐다. 고양시는 단순한 장소 대관이 아니라 직접 큐레이터로 개입하면서 지역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콘텐츠의 파급력을 확장시켰다. 하이브, YG, 라이브네이션 등 주요 기획사들과 신뢰를 쌓으면서 지속적인 협업관계도 형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경기장 대관으로만 고양시가 얻은 수익은 125억원에 달한다.

 

고양콘의 열기는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내한공연과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무대가 열리며 고양종합운동장은 다시 한번 팬들의 성지가 될 예정이다. 올 10월에는 2일 포스트 말론(Post Malone)과 7, 8일 위켄드(The Weeknd), 11일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9월에는 임영웅과 아이유의 공연 개최도 예고된 상태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4월 9일과 11~12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WORLD TOUR 'ARIRANG')'의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총 3회에 걸쳐 약 13만2000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4월 9일과 11~12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WORLD TOUR 'ARIRANG')'의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총 3회에 걸쳐 약 13만2000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고양콘’에서 ‘고양콘트립’으로

 

고양시의 목표는 단순히 공연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만 명의 관람객이 공연만 보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먹고 자고 소비하도록 만들어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고양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븐틴 월드투어 공연 당시 대화역 상권 카드 매출은 평소 주말보다 58.1% 증가했고, 생활인구도 17.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한 편이 숙박업과 음식점, 카페, 쇼핑시설 등 지역 상권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 셈이다.

 

고양시는 올해부터 공연과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관광 프로젝트 ‘고양콘트립’(Goyang Con-Trip)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고양콘트립은 글로벌 팬덤 수요에 맞춰 스타(Star)·미용(Beauty)·미식(Food)을 축으로 관광코스를 설계한 것이다. 공연 전후 시간을 활용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도시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스타코스’는 일산 출신 글로벌 스타의 추억이 담긴 주요 명소를 연결한 감성형 관광 동선이다. 팬들과 함께 완성한 초대형 벽화가 있는 고양관광정보센터를 시작으로 일산호수공원 산책, 밤리단길 미식 탐방, 라페스타·웨스턴돔 상권 방문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구성됐다.

 

‘뷰티풀코스’는 라페스타 일대를 중심으로 피부관리, 헤어, 네일 등 K뷰티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코스다.

 

‘푸드트립’은 관광특구와 감성 맛집이 밀집한 밤리단길을 중심으로 상권 정보를 제공하는 코스다. 공연 관람객들은 공연 전 밤리단길에서 감성 미식 투어를 즐기고, 공연을 관람하는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은 일산 가로수길과 원마운트에서 휴식을 취한다.

 

또 공연 이후에는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에서 뒤풀이를 즐기도록 동선을 안내해 체류시간 확대와 소비를 유도한다.

 

특히 BTS 공연 당시에는 지역경제 살리기 빅세일 주간을 운영하고 관광정보와 할인혜택을 담은 QR코드를 배포하는 등 공연 관람객을 지역 상권으로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단순한 공연도시를 넘어 ‘머무는 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실험인 셈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고양콘이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는 공연 관람객들이 고양에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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