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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기회라더니”…42억 반포 아파트, 85억에 팔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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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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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기회라더니…”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가 8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후분양 단지의 시세차익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가 85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후분양 단지의 시세차익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눈길을 끄는 거래 하나가 올라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155㎡가 지난 5월 85억5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이 면적의 최고 분양가는 2024년 기준 42억4477만원이었다. 입주도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가격이 40억원 넘게 뛰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처음 분양받을 때 가격과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사이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실제로 당첨자 입장에서는 청약 한 번으로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 단지는 애초부터 현금 동원력이 관건이었다. 입주자모집공고에는 “준공 후 분양하는 아파트로 중도금 대출을 시행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양가상한제 단지였지만, 일반 무주택 실수요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반포 신축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보다 수십억원씩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늘어난 시세 차익은 당첨자에게 돌아가지만, 그만큼 청약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최근 래미안원펜타스 신고가 거래를 계기로 강남권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가격 상승폭은 작지 않다.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155㎡는 지난 5월 15일 8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4년 8월 78억원에 손바뀜한 뒤 약 1년9개월 만에 7억5000만원이 더 붙었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전용 155㎡의 최고 분양가는 42억4477만원이었다. 최근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격차는 43억원가량이다.

 

전용 191㎡는 이미 올해 3월 100억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최고 분양가는 51억9990만원이었다. 분양가와 실거래가 차이는 48억원 안팎이다.

 

래미안원펜타스는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단지다. 지하 4층~지상 35층, 6개동, 641가구 규모다. 2024년 6월 준공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7월 후분양 방식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바탕으로 분양가가 결정된다. 문제는 주변 집값이 빠르게 오를 때다. 분양가는 일정 기준에 묶여 있는 반면 시세는 시장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 아파트 분양가와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 사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래미안원펜타스도 그 틈에서 출발했다. 절대 분양가는 높았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도 23억3310만원이었다. 반포 핵심 입지 신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보다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형 평형은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많지 않다. 거래도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신고가 거래가 한두 건만 나와도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집주인들은 그 가격을 기준으로 매물을 내놓고, 매수자들은 다음 거래가 더 비싸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결국 적은 거래가 가격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반복된다.

 

강남권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핵심지 신축은 가격보다 희소성이 먼저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대체할 만한 새 아파트가 많지 않아 고가 매수 대기 수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공급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취지 자체는 비교적 분명하다. 새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자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강남권 고가 단지에서는 이런 취지가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래미안원펜타스는 후분양 단지였다. 중도금 대출이 없었고, 잔금 마련도 계약자 책임이었다. 20억~50억원대 분양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만 청약 이후 계약까지 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첨자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확보했다. 전용 155㎡는 분양가와 최근 실거래가 차이가 40억원을 넘는다. 전용 191㎡는 100억원 거래로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가 고가 핵심지에서 작동할 때는 실수요 보호 효과와 자산 격차 확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다”며 “현금 동원력이 큰 수요자에게 더 유리한 청약 구조는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없애면 문제가 곧바로 풀리는 것도 아니다. 분양가 통제가 사라지면 강남권 신축 분양가 자체가 주변 시세에 맞춰 더 오를 수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진입 문턱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논쟁의 초점은 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하느냐 폐지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제도로 생긴 시세 차익이 결국 누구의 몫이 되는지, 그 혜택이 특정 당첨자에게 집중되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만약 고가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발생한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이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당첨자에게 집중된다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제도의 취지와 시장에서 나타나는 결과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는 이 차익을 일정 기간 묶어두는 장치다. 그러나 시세차익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매물이 잠기면서 희소성이 더 커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신고가 거래 한 건은 주변 아파트 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특히 반포처럼 신축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집주인들은 “이 정도 가격에도 거래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매수자들은 “더 오르기 전에 들어가야 하나”라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래미안원펜타스의 85억5000만원 거래는 단순한 최고가 경신이 아니다. 분양가를 누른 제도가 시장가격과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사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지만, 강남권 고가 단지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당첨자와 비당첨자 간 자산 격차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시세차익이 특정 계층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공급 방식과 청약 제도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래미안원펜타스 사례는 강남 신축의 희소성과 분양가 통제가 결합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분양가상한제 자체를 없앨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효과와 부작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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