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약품 등 일부 품목 제외
‘위법 판결’ 무산된 상호관세 대체용
철강 등 ‘과잉생산’도 곧 결과 발표
“자원 부족 韓이 철강 강국” 부정적
정부, 총 관세 15% 방어에 주력
靑 “이익 균형 훼손없도록 최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등 60개 경제권이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거래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산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과잉생산’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두 가지 분야에서 조사 중인데, 모두 대상이 된 한국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USTR은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무역법 301조에 기반해 “60개 경제권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행위, 정책 및 관행이 불합리하며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개시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과 관련한 조사 끝에 나온 조치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세계 시장 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불균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STR은 한국을 포함해 54개국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5%의 추가 관세를 제안했다. 중국, 브라질, 일본, 인도, 러시아, 스위스, 영국 등도 해당한다.
캐나다, 에콰도르 등 나머지 6개국은 강제노동 생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상호 무역 협정을 통해 금지 조치를 부과하고 있으나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 나라에는 10% 추가 관세를 제시했다.
원칙적으로 관세는 대상국의 모든 물품에 부과되지만, 부속서에 따르면 에너지, 희토류, 일부 금속, 쇠고기, 커피, 일부 과일·채소, 의약품, 유기과학제품, 항공기 부품 등은 제외된다. USTR은 일정 물량의 의류 및 섬유제품에 대해서도 낮은 301조 관세율을 적용하는 ‘섬유제품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품목에 따라 강제노동 문제를 다르게 적용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USTR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 다음달 6일까지 의견을 받고, 7일 청문회를 진행한다. 이후 최종 확정되면 실제 시행에 들어간다.
USTR은 한국의 철강 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보인다. 그리어 대표는 이달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개발 정책 매거진(F&D Magazine) 기고문에서 “미국은 균형과 상호성, 공정성,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현대 경제학은 규모의 경제와 정부 개입이 결합해 비교우위와는 동떨어진 구조적 무역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이고 석탄도 철광석도 없는 한국이 어떻게 철강 강국이 될 수 있었나”라며 한국 철강을 예로 들었다. 각국 정부의 자국 산업 지원이 무역 구조를 왜곡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쓰고 있다는 취지다.
철강은 USTR이 과잉생산 품목 중 하나로 꼽는 산업이다. USTR은 지난 3월 301조 조사 개시를 알리는 관보에서 한국이 글로벌 상품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수출 산업 분야로 철강과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선박 등을 꼽았다. 현재 한국의 철강 제품에는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16개국에 대한 과잉생산 조사 결과와 관련한 조치가 곧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법 301조 조사는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위법 판결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법에 따르면 부과 가능 기간은 150일로 7월24일까지다. 그 전에 301조와 관련해 관세 부과 조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강제노동 관련 관세 12.5%가 확정되고, 과잉생산 관세도 추가되면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진 15% 상호관세를 웃돌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총 관세가 15%를 넘겨선 안 된다는 입장에서 미국 측과 소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예정된 의견서 제출 및 공청회 등에 적극 대응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과잉생산 301조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는 이른바 강제노동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구실로 정치적 조작을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모든 형태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USTR의 이번 발표를 통해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받은 유럽연합(EU)도 반발에 나섰다. EU집행위원회는 3일 “USTR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이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는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이 대법원 패소 이후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근거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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