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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가족 품으로… “내 아들, 죽음으로 몰아넣어”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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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강은선 기자, 박진영·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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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사망 5명 신원 확인

“2018·2019년 폭발 사고 되풀이
시신 온전히 수습되기 전 못 보내”
숨진 20대 2명은 3개월 차 신입
아들과 한 사업장 근무 父도 참변
5일 유성구서 합동분향소 운영

사업장 화재조사 2년 연속 ‘불량’
전문가, 외부충격 의한 폭발 지목
“아들의 시신이 온전히 수습돼야 보내줄 수 있지 않겠냐. 하나하나 다 내 피인데….”

 

3일 오후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20대 중반의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안치실을 찾았다. 사고 사흘째가 돼서야 유전자(DNA) 분석으로 확인한 아들의 모습은 눈앞에 두고도 내 자식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참담했다.

고개 숙인 대표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인 대전 유성구 한 병원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고개 숙인 대표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인 대전 유성구 한 병원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사고 현장에서 아들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완벽하게 다 찾았다는 확인이 나올 때까지, 더는 찾을 게 없다고 할 때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흐느꼈다. 숨진 아들은 지난 2월26일 이 회사 생산팀에 입사했다. 회사 발주 물량이 늘면서 계약직으로 채용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참변을 당했다.

 

해당 사업장은 이들 부자가 함께 일하던 일터였다. 이 같은 ‘부자(父子) 동시 근무’ 또 다른 가정에선 50대 아버지가 이번 폭발 사고에 희생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향해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당신들이 말한 관성과 타성이 지옥불로 밀어 넣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도 “2018년과 2019년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고 질타했다. 회색 작업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손 대표는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신 훼손이 심해 DNA 분석을 거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5명의 시신은 이날 모두 가족에게 인도됐다. 충남대병원에 안치돼 있던 시신 2구도 유성선병원으로 모두 운구됐다. 유성구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가족과 협의한 결과 합동분향소를 대전 유성구청 1층 로비에 마련하고 5일 오전 9시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고 사망자들은 현장 작업자들로 지난 1일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고체연료 추진제 제조에 사용된 장비를 세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희생자 중 20대 2명은 올해 2월 계약직으로 채용된 신입 사원이었다. 나머지 3명은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합동감식에서 발화지점을 확인하는 등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약제 혼합기통 세척 과정보다는 외부적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지목했다. 세척하는 장비에 추진제 찌꺼기가 남아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세척실 내부 요건에 의해 정전기 발생 등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출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출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소방당국의 화재안전조사에서 2년 연속 ‘불량’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건, 올해 6건의 지적 사항이 나와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조사는 2019년 화재 발생으로 주요 소방시설이 집중된 70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난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56동 세척실은 당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로 안전관리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안전 업무를 전담·총괄하는 임원급 인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안전 관련 최고 직책은 ‘ESH(환경·안전·보건) 실장’으로, 부장급 직원이 맡고 있다. 해당 직원은 ESH실 산하 안전경영팀장과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O) 역할도 겸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회사 안전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을 임원이 아닌 부장급 직원이 맡은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이나 현대로템 등은 이미 안전 전담 임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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