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신이 온전히 수습돼야 보내줄 수 있지 않겠냐. 하나하나 다 내 피인데….”
3일 오후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로 20대 중반의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안치실을 찾았다. 사고 사흘째가 돼서야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아들의 신원을 확인한 그는 이미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차가운 안치실에서 마주한 아들의 모습은 눈앞에 두고도 내 자식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참담했다.
사고 현장에서 아들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완벽하게 다 찾았다는 확인이 나올 때까지, 더는 찾을 게 없다고 할 때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흐느꼈다.
숨진 아들은 지난 2월 26일 이 회사 생산팀에 입사했다. 회사 발주 물량이 늘면서 계약직으로 채용된 지 불과 서너 달 만에 참변을 당했다. 해당 사업장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일하던 '부자(父子) 동시 근무' 일터였다. 이번 사고의 다른 가정은 50대 아버지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날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향해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다. 한 유족은 “당신들이 말한 관성과 타성이 내 아들을 지옥불로 밀어 넣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족들도 “2018년과 2019년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긴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아들을 잃은 노모는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걸음을 떼면서도 “내가 아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가슴을 쳤다.
회색 작업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손 대표는 “죄송하다.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신 훼손이 심해 유전자(DNA) 분석을 거쳐서야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5명의 시신은 이날 모두 가족에게 인도됐다. 충남대병원에 안치돼 있던 시신 2구도 유성선병원으로 모두 운구됐다.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 사망자들은 현장 작업자들로 지난 1일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고체연료 추진제 제조에 사용된 장비를 세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희생자 중 20대 2명은 발주 물량 증가로 올해 2월 계약직으로 채용된 신입 사원이었다. 나머지 3명은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합동감식에 참관했던 한 유족은 “폭발 충격으로 외부 문이 모두 휘어져 있었다”며 “폭발 원인과 사망 경위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날 합동감식에서 발화지점을 확인하는 등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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