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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선거 문자폭탄’… “휴대전화가 정치광고판 됐다” [6·3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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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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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교육감·시장·군수·지방의원 후보까지 하루 수십 통 발송
네거티브·후원금 요청·단체채팅방 초대까지, 유권자 피로감 극심
“정책은 안 보이고 비방만 보인다” 정치혐오 부추긴다는 비판
모르는 번호인데 내 번호는 어디서? 불법 개인정보 수집 논란 확산
“안녕하십니까, 이번 0000 선거에 출마한 000 후보입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지방의원 후보들의 선거 문자가 하루 수십 통씩 발송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선거 문자폭탄' 논란을 재구성한 AI 이미지.
시·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지방의원 후보들의 선거 문자가 하루 수십 통씩 발송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선거 문자폭탄' 논란을 재구성한 AI 이미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들의 휴대전화에 쏟아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문자 메시지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유권자들의 휴대전화가 선거 문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지방의원 후보들까지 경쟁적으로 발송하는 이른바 ‘문자폭탄’이 하루 수십 통씩 쏟아지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정책 홍보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문자가 급증하면서 “선거가 아니라 정치 스팸”이라는 비판과 함께 개인정보 불법 수집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 선거기간 전국 곳곳의 유권자들이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선거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선거 홍보 문자가 발송되고 있다.

 

상당수 문자는 저장되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나 ‘Web발신’ 형태로 전송되고 있으며, 특정 후보 지지 호소는 물론 상대 후보를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충남 천안시장 선거에서는 한 후보 측이 경쟁 후보의 선거법 논란과 경찰 이첩 사실을 언급하며 “천안을 맡길 수 있느냐”고 공격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충남교육감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일부 후보 측은 “전교조 심판”, “정치인 후보 NO”, “가짜 진보 후보 NO”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상대 진영을 직접 겨냥했고, 다른 후보 측은 “진짜 진보·민주 후보”, “민주정부 교육대전환 완성” 등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책과 공약을 설명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공격과 프레임 경쟁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후보 개인의 경력과 지역 연고를 강조하는 문자는 물론 정치후원금 계좌를 안내하며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도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나 오픈채팅방에 유권자들을 무작위로 초대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43) 씨는 “출근길에는 시장 후보 문자, 점심시간에는 교육감 후보 문자, 퇴근 후에는 시의원 후보 문자까지 들어온다”며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천안의 한 유권자는 “정책은 기억나지 않고 상대 후보 욕하는 문자만 남는다”며 “선거를 볼수록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커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휴대전화가 정치광고판으로 변한다. 민주주의 축제가 아니라 스팸 경쟁 같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지난 5월 30일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지난 5월 30일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운동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이지만 정책 경쟁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와 무차별 문자 살포가 선거판을 지배하면서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의지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주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휴대전화 알림창을 점령한 ‘정치 스팸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가장 의문을 품는 부분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어디서 유출됐느냐다.

 

실제로 선거철마다 “후보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왜 문자가 오느냐”, “동의한 적도 없는데 선거 문자를 받았다”, “타 지역 후보 문자까지 들어온다”는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휴대전화 번호를 후보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후보자들은 당원 명부와 후원회 명단, 기존 지지자 데이터베이스, 지역 활동 과정에서 확보한 연락처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저장된 적도 없고 후보와 접촉한 적도 없는 번호로 문자가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개인정보 확보 경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30일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는 정보주체 동의 또는 법적 근거에 따라 수집·이용돼야 한다. 따라서 후보자나 캠프 관계자가 제3자로부터 동의 없이 연락처를 넘겨받거나 특정 단체 명부를 무단 활용했다면 위법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문자 수신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 수집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후보 측이 과거 정치활동이나 후원회, 각종 행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확보한 연락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개인정보 논란은 현행 선거운동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보자들의 문자 발송 횟수 제한 강화, 연락처 확보 경로 투명화, 수신거부 제도 실효성 강화 등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문자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상대 후보 비방과 무차별 대량 발송은 분명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선거운동의 자유와 유권자의 피로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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