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회의서 ‘강경’ 선회
“아직 불만족… 불발 땐 협상 종료”
美유조선, 경고사격 받고 회항 후
이란 군기지 공격… 드론 격추도
혁명수비대 “美 공군기지 공격
결과 책임은 침략자에게 있다”
개전 석 달째를 앞두고 한때 합의 분위기까지 확대됐던 이란전쟁 종전 협상이 단 하루 만에 다시 차갑게 얼어붙었다. 협상 조건에 대한 불만족 메시지를 내며 협상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결국 미국과 이란이 상대에 대한 군사 공격까지 재개한 것이다. 이날 국지적 충돌이 재현되며 양국이 협상 대신 다시 강대강 대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당국자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자국 병력과 호르무즈해협 상선 항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이란 내 군사기지를 겨냥해 공습을 실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미군에 유사한 위협을 가한 이란 드론 여러 대도 요격·격추했다고 덧붙였다. 미군 발표에 앞서 이란 매체는 호르무즈해협에 위치한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군은 대응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새벽 4시50분쯤 공습의 발신지로 추정되는 미 공군기지를 대상으로 표적타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뉴스는 IRGC 해군이 호르무즈해협을 허가 없이 통과하려던 미국 유조선에 경고사격을 가해 회항시켰다고 보도하면서, 미군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새벽 공격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IRGC는 미군의 공격을 “침략”이라 규정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더 결정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침략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군기지가 위치한 쿠웨이트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이 포착되면서 이란의 공격 표적이 쿠웨이트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쿠웨이트 군은 이날 엑스(X)에 “쿠웨이트 방공망이 현재 적대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는 미군 주둔 기지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표적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앞서 지난 25일 해협 인근에서 미군이 이란 선박 등에 소규모 공습을 했으나 당시는 미군이 “자위권 행사 차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고, 이에 이란군도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관리하는 이란의 핵심 항구를 공격한 데 이어 이란군도 즉각 반격에 나서며 긴장감이 다시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종전 협상도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양측은 지난달 8일부터 아슬아슬한 휴전 상황을 이어오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종전 협상 타결에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를 나란히 쏟아냈다. 그러나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핵심 지지층인 공화당 강경파가 이란 핵 문제를 추후 논의 대상으로 돌린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놓고 “양보가 과도하다”고 비판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는 이란의 협상 조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족하다는 메시지를 내기까지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합의가 안 되면 그냥 일을 끝내야 할 것(finish the job)”이라고 밝혔다. 종전 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미 미 언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대해 돌변한 태도를 두고 종전 합의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강경파를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이란에게 얻어내기 힘들자 강경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동안 종전 합의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며칠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거의 없었다”며 협상에서 양측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양국이 나란히 군사행동에 나서며 이제는 협상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호르무즈해협 조기 재개방을 위한 잠재적 합의에 관한 논의가 있음에도, 이번 주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날 현재 신속하게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흐릿해져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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