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지역과 연식, 평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최고가’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선호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강남권 대단지는 물론이고, 이미 입주를 마친 외곽 지역의 신축 단지와 1990년대 노후 구축 소형 아파트까지 일제히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모양새다.
26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준공 7년 차를 맞은 1248세대 규모의 마포그랑자이 전용면적 84㎡(34평)는 이달 8일 13억 원에 전세 최고가로 거래됐다. 인근 공덕자이(1164세대) 전용면적 114㎡(46평) 역시 이달 10일 13억5000만 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을 맺으며 상승세를 증명했다. 성동구의 대표 대단지인 센트라스(2529세대) 전용면적 59㎡(25평)도 이달 14일 9억 원에 최고가로 전세 주인을 찾았다.
◆ 강서·송파 대단지도 신고가... 외곽 신축 하방 지지선 견고
지하철역과 인프라가 잘 갖춰진 주요 자치구의 랜드마크 단지들도 최고가 랠리에 동참했다. 강서구 마곡지구의 중심인 마곡엠밸리7단지(1004세대) 전용면적 114㎡(44평)는 이달 7일 11억 원에 최고가 거래를 마쳤다. 인근 염창동의 e편한세상 염창(499세대) 전용면적 84㎡(33평)도 이달 2일 전세 10억 원에 최고가 계약이 성사되며 국평 전세 10억 원 시대에 안착했다. 송파구에서는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인 가락쌍용1차(2064세대) 전용면적 84㎡(33평)가 지난달 30일 9억3000만 원에 최고가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 입주를 완료한 강북권 신축에서도 신고가 기록이 깨졌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497세대) 전용면적 84㎡(35평)는 이달 21일 전세 8억5000만 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 90년대 노후 구축까지 번진 불길... 전방위 매물 잠김의 역풍
이번 최고가 행진의 특징은 매매 시장에서 다소 소외됐던 1990년대 노후 소형 아파트까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이다. 구로구 신도림동아1차(1095세대) 전용면적 59㎡(24평)는 이달 6일 6억6000만 원에 전세 최고가로 거래됐다. 노원구 상계중앙하이츠2차(795세대) 전용면적 59㎡(25평) 역시 이달 14일 4억8000만 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성북구 돈암코오롱하늘채 전용면적 84㎡(33평)도 이달 16일 8억5000만 원에 최고가로 계약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방위적 전세 신고가 현상의 배후로 정책 규제가 만든 ‘매물 잠김’을 지목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임대인들이 주택 매도를 포기하고 전세 갱신으로 돌아서 전세 신규 매물이 완전히 씨가 마른 탓이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와 실거주 의무 탓에 집을 새로 사서 전세를 놓는 공급 통로마저 원천 봉쇄됐다.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 시장에 주저앉으면서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전혀 없는 상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전세난에 대해 “입주 물량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까지 막혀 신축 임대 공급의 숨통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비구역 해제 여파가 현시점의 서울 아파트 입주 가뭄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며 “정책의 방점율 집값 잡기가 아닌 서민 주거 안정에 두고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등 디테일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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